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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씁쓸한 스승의 날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노래 가사처럼 스승의 은혜가 하늘 같이 여겨졌던 때도 분명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교사에 대한 존경은 줄었고, 교권은 추락하고 있다. 안정된 고용으로 선호 직업이던 교사 만족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스승의 날(5월 15일)을 맞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라고 답한 교사는 20%에 그쳤다. 교총이 이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교권 추락으로 교직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교사노조가 조합원 1만1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교사 87%가 최근 1년 사이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했으며, 4명 중 1명은 교권 침해와 관련해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았다. 교사들은 담임을 맡는 것을 기피했다. 학부모 민원을 감당하기 부담스럽고,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교사 명예퇴직 비율은 이미 정년퇴직을 앞질렀다.

자녀수가 줄면서 아이를 예전보다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 아이가 교사에게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불신이 높아졌다. 이는 공교육이 무너지고 무게중심이 사교육으로 쏠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 등으로 신고하는 일도 늘었다. 코로나 시절, 한 교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을 지도하던 중 자리를 이탈하려는 학생의 손목을 잡았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당했다. 또 다른 교사는 성희롱성 욕설을 한 학생을 훈계했다가 ‘아들을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했다’며 학부모에게 학생인권조례 위반으로 신고당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마찰을 피하려고 한다. 교사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으로 일하는 직업이다. 교사가 방관자로, 그냥 직장인으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나라는 미래가 암울하다. 교사가 불행해지면 학생도 불행해진다. 추락한 교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씁쓸한 스승의 날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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