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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둠스데이 클락과 기후위기 시계

우성규 미션탐사부 차장


‘둠스데이 클락(Doomsday Clock)’은 ‘운명의 날 시계’ 혹은 ‘지구 종말 시계’로 번역한다. 인류가 스스로 문명을 파괴하는 지구 종말의 시점을 자정으로 정하고 분침을 7분 전에 맞추며 시작됐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괴로워하던 남편 핵과학자를 위해 1947년에 디자이너이던 부인이 고안했다. 7분 전으로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 디자이너는 ‘보기에 좋아서’라고 답했다.

미국 핵과학자회보(BAS) 과학안보위원회는 매년 1월 운명의 날 시계의 분침을 조정하는데, 올해는 ‘자정 90초 전’으로 당겼다. 2020년 자정 100초 전으로 변경한 이후 3년 만에 다시 멸망에 10초 더 다가서게 됐다. 1947년 첫 설정 이후 인류는 자정, 즉 종말에 가장 근접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핵 위험 증가가 주된 이유이고, 기후위기와 더불어 코로나19 같은 생물학적 위협 등도 사유로 꼽혔다. 북한의 핵 위협도 빼놓을 수 없다.

기후위기만을 가리키는 시계는 따로 있다.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토대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섭씨 1.5도 상승하기까지의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10일 현재 6년2개월11일 정도 남았다고 나온다.

1.5도는 인류가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당시보다 1.5도 높아지면 지금보다 폭염이 8.6배, 가뭄이 2.4배, 강수량이 1.5배 늘고 태풍의 강도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2도 오르면 바다 인근 도시가 잠식되고, 4도는 남극의 빙하 붕괴, 6도는 생물체의 멸종을 예상한다. 그렇기에 이 시계는 ‘기후위기 시계’로 불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근거해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MCC) 정보를 반영한다.

오는 17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서울제일교회는 교회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기후위기 시계 제막식을 개최한다. 개신교회에서 기후위기 시계를 설치해 지역사회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일은 처음이다. 서울제일교회는 이날 탄소배출을 줄이는 소비를 위해 제로웨이스트숍 ‘나아지구’도 개점한다. 지구를 나빠지게 말고 나아지게 돕는 상점이다.

서울제일교회는 옥상에 20㎾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한편 생명환경부서를 두어 기후위기를 교육하고 전북 임실 방동교회와 도농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문화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선정하는 녹색교회로 임명됐다. 정원진 담임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녹색교회가 되고, 녹색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제일교회는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가장 먼저 십자가를 진 공동체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거목인 박형규(1923~2016) 목사가 시무했던 곳으로 유신독재 반대 운동의 맨 앞줄에 섰고, 빈민선교와 도시산업선교의 문을 열었으며, 대학생과 노동자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전두환 정권은 이 교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깡패들을 동원해 예배 방해를 일삼았지만, 성도들은 묵묵히 거리에서 예배를 드리며 교회를 지켜 오늘날 7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1950~60년대 교회는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피난 온 사람들에게 품을 내주며 보금자리가 돼주었다. 군사독재 시기 비록 소수일지라도 하나님의 명령에 응답하고자 애쓴 교회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앞장섰다. 2000년대 이후엔 생명과 평화에 헌신하라는 명령이 교회에 주어졌다. 기후위기 시계를 내거는 교회의 모습을 통해 이런 역사성을 읽는다.

우성규 미션탐사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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