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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법폭주-거부권’ 대결 구도 벗어나야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 민생·안보 정쟁화 막는 조율자 역할 자임하길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에 박광온 의원이 선출됐다. 내년 총선까지 거대 야당의 원내 전략과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다. 민생을 위해 생산적인 국회를 만드는 책임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제21대 국회가 지난 3년간 보여준 모습에 후한 점수를 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어 상임위 회의 횟수까지 법에 못 박으며 시작했지만, 17개 상임위 중 이 법을 지킨 곳은 하나도 없다. 수많은 민생 법안이 상임위에 묶여 있는 동안 정치적 쟁점 법안만 수면 위로 떠올라 무한 정쟁의 판이 벌어졌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국회에서 민주당이 일하는 방식은 ‘입법 폭주’라는 오명을 얻었다. 임대차 3법부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거쳐 최근의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의료법, 특검법까지 일방적 강행 처리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면서 출구 없는 대결 정치가 계속되는 중이다.

실망스러운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를 1년 앞둔 시점에 여야 원내대표가 나란히 교체됐다. 얼마 전 선출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갈수록 거칠어질 정국을 헤쳐가야 한다. 남은 1년이라도 생산적인 국회가 되기 위해선 두 사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결의 선봉에 섰던 전임자들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정치의 본령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일 텐데, 그간의 정치는 갈등을 더욱 조장해 왔다. 농민단체 간 대립이 첨예한 양곡관리법, 의료단체 간 갈등이 심각한 간호법의 처리 과정은 여야가 갈등 조정에 실패한 것을 넘어 민생의 정쟁화를 통해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런 정치 행태가 계속된다면 입법 폭주와 거부권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느 때보다 절실한 조율자의 역할을 두 원내대표가 자임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여야 정쟁은 전선(戰線)을 가리지 않는 전면전이 돼버렸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자 여야는 ‘99점’과 ‘-100점’, 극과 극의 평가를 내놨다. 대통령의 국빈 방미가 진행되는 동안 야당에선 원색적 비속어까지 동원한 비난이 쏟아졌다. 외교·안보 문제는 정파를 떠나 바라보는 금도가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생과 안보, 두 영역만이라도 한때 우리 정치에 분명히 있었던 금도를 되살려야 한다. 이제 곧 마주앉게 될 두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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