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만나기로 했는데….”
SNS 라이브 방송을 켜둔 채 투신한 10대 여학생 A양은 사건 당일 오후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A양은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논의한 뒤 16일 실행에 옮겼다.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B씨는 17일 국민일보에 “A양과 제 친구가 당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SNS 라이브를 켜고 투신을 한다고 해서 친구가 급히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막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B씨에 따르면 A양은 사고 직전 ‘동반 투신할 사람을 구한다’는 게시글을 올린 최모(28)씨에 연락했다고 한다. 최씨 역시 본보에 메일을 보내 “사고 당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우울증 갤러리 게시글로 올려서 A양과 연락하고 계획을 세웠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강남역에서 만나 함께 PC방을 갔다가 마음이 바뀌어 헤어졌다.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몇 시간 뒤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A양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하거나 종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경찰도 CCTV 분석을 통해 A양이 혼자 건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경찰은 개인사로 인한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최씨 등 참고인 조사를 통해 A씨의 생전 행적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울증 갤러리’ 활동이 오히려 우울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A양이 활동했던 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난 3년여 동안 10명 이상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왔다.
또 다른 제보자 C씨는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다 일어난 갈등 등으로 세상을 떠난 여성이 제가 아는 것만 1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울증 등 병력으로 고생하는 여성을 상대로 남성들이 접근해 성폭행과 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양도 사고 전 방송에서 “여러분은 꼭 꿈을 찾고 이루라. 인생 허비하지 말고 울갤(우울증 갤러리 줄임말) 접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증세가 있으면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끼리 감정을 공유하다 보면 ‘동반자살 약속’을 하는 등 자살에 대한 생각이 강화되고 조장되기 쉽다”이라며 “자살 등 우울감에 대한 표현을 사회적으로 금기할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울한 감정에 대한 회피가 아닌 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성윤수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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