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가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배후 수준을 넘어 살인의 공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피해자 A씨의 사인은 마취제 과다 투여로 인한 중독사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범 이경우(36)에게 마취제와 주사기를 제공한 아내 B씨도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3일 유상원·황은희 부부를 송치하면서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범행 가담 경위와 역할 등을 종합할 때 이씨 일당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다고 보고, 애초의 강도살인 교사 혐의에서 죄명을 바꿨다.
이들 부부는 퓨리에버코인 투자 실패 및 시세조종 책임 문제를 두고 송사를 다투던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이씨에게 착수금 성격의 7000만원을 건네는 등 함께 범행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9월쯤 부부에게 먼저 범행을 제안했다는 데 주목했다. 이들이 범죄 의지가 없던 이씨를 부추긴 게 아니기 때문에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와 이씨 일당에게는 피해 여성의 남편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예비)도 추가됐다. 이들은 지난해 피해자와 남편을 함께 살해하기로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피해자 남편이 다른 형사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유씨는 송치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연신 “억울하다”고 했다.
그간 질식사로 추정됐던 피해자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마취제 성분 중독’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는 황대한(36)과 연지호(30)에게 납치된 이후 허용량을 초과한 마취제가 투입돼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확보한 주사기에선 전신마취 유도 등에 쓰이는 케타민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 아내 B씨에게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가 추가 조사를 통해 마취제가 범행에 쓰일 것을 알면서도 남편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강도살인 방조와 절도 혐의를 추가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6명이 구속되고, 1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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