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중인 이주노동자 손에 수갑을… 법 위의 경찰, 예배 유린”

범기독교연대 강력 규탄

라프 루마바스(왼쪽) 논공필리핀교회 목사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대구 논공필리핀교회 예배 유린과 교회 침탈에 저항하는 범기독교연대’의 규탄 기도회에서 한국교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대구 달성군에 있는 이주민교회인 논공필리핀교회(라프 루마바스 목사)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9명을 경찰이 연행한 처사를 두고 범기독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예배 중인 성도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교계는 연행된 이주노동자들의 조속한 석방과 정부의 차별적 이주노동자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3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이주민선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이주민선교협의회 등 40여 교계 및 인권 단체로 구성된 ‘대구 논공필리핀교회 예배 유린과 교회 침탈에 저항하는 범기독교연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대구 달성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논공필리핀교회에 진입해 예배 중인 이주노동자 9명을 연행했다.

필리핀 출신의 목사가 사역하는 이 교회의 대다수 교인은 필리핀 이주노동자다. 경찰은 위조등록증 관련 신고를 받고 행한 단속이며 필리핀 목사의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공필리핀교회 측은 경찰로부터 허락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위조등록증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범기독교연대 측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규탄 기도회를 열고 연행된 이주노동자들의 석방과 재발 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형법 제158조에 따르면 장례식 제사 예배 또는 설교를 방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출입국관리법 제81조 제1항은 외국인을 상대로 조사하려면 주거권자 또는 관리자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

범기독교연대는 성명에서 “대한민국의 밑바닥 경제 노동을 담당하면서도 불합리한 노동정책과 제도 아래 고통받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국가 권력은 어떤 이유로도 예배 시간과 공간을 침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경서 기장 이주민선교협의회장은 “교회들은 이 사건의 책임자 처벌과 이주민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제도와 인식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루마바스 목사는 “예배 중에 급습한 경찰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지지와 기도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교계단체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는 논평을 내고 “아무리 미등록 이주노동자일지라도 예배드리는 현장에서 연행한 것은 종교에 대한 박해로 보인다”며 “경찰이 공무집행을 하려면 이런 오해와 탄압으로 비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장 총회는 오는 2일 전북 군산한일교회에서 ‘이주민과 함께 걸음’이라는 부제로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순례기도회를 연다. 기장 국내선교회 관계자는 “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주민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기도회를 통해 이들을 도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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