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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장 후보에 ‘낙하산’ 배제되자 KT 공격하는 여권

서울시내에 위치한 KT 매장 모습. 뉴시스

KT 대표이사 선정과 관련한 정치권 공세가 점입가경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일 기자회견을 갖고 KT 대표이사 후보면접 대상자 발표에 대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를 받아 대통령실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요약하면 KT 대표 선정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하는 데 대해 여당 의원들과 대통령실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부적절한 처사다.

KT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등 내부 인사 4명을 대표 후보 심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를 문제삼았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 등 7명은 “이사회가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4명만 통과시켰다”며 “이는 자기들 잇속을 차리기 위한 이권카르텔”이라고 주장했다. 내부 출신들만 후보로 올린 것을 비판하려면 외부의 뛰어난 인재 영입을 막기 위해 내부에서 모의한 뒤 일부 함량 미달 인사들을 내세웠을 때나 가능하다. 하지만 후보 면면을 보면 전문성, 미래지향성 면에서 특별히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이다. 오히려 외부 후보들 대부분, 특히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 이들은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인사이거나 정보통신과 무관한 관료 출신이었다. 이들이 KT 수장이 될 경우 낙하산이란 비판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했다.

KT는 민영화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도중 하차하는 ‘CEO 잔혹사’를 겪어 왔다. 챗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 경쟁 시대에 재계 12위의 대표적 IT통신 기업이 정권 리스크에 시달리는 것 자체가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다. 민영화 이후 첫 공채 출신 사장으로 연임이 유력시되던 구현모 대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후보직을 사퇴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뒤이은 후보군 발표에 여당·대통령실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관치를 대놓고 하겠다는 것 아닌가. KT 주가가 지난달부터 급락하면서 2일 현재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시장의 시각을 보여준다. KT 후보 선정 과정이 정말로 문제 있다면 지배구조 및 기업 투명성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는 게 우선이다. 원치 않는 후보 찍어누르기는 여당 대표 경선만으로 충분하다. 여권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이를 굳이 민간기업 사장으로 앉히겠다면 다시는 ‘자유시장경제’ 운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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