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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박’ 색출하겠다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표기가 애매한 2장의 투표용지.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이 대표 지지자들이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찾겠다며 벌이는 소동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우리 정치의 안타까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딸’이라는 이들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이라고 폄훼하고 대대적인 색출 작업에 나섰다. 투표 결과를 알아야 한다며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압박하고, 탈당을 요구하는 등 비상식적인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과 다를 게 없는 반민주적 행태가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원내 제1당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지하는 정치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힘을 모아 격려하거나 세를 결집하는 것은 정당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정치 행위다. 하지만 그것이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의 자유의사를 억압하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극단적 대립에 나서도록 강요하는 정도에까지 이른다면 그냥 지켜볼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지금 민주당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바로 이런 경우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급속도로 세를 결집한 강성 지지자들은 ‘검수완박’ 법안 등의 무리한 입법 과정에서 당내 강성 여론을 주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혐오 이미지를 씌워 공격했고, 이 대표의 노선에 반대하는 당내 온건파에게는 인내의 한계를 뛰어넘는 조롱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실시한 무기명 투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색출에 나서고 탈당을 종용하는 등 의회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비정상적 팬덤 문화를 제어하기는커녕 부추기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동료 의원들이 집단 공격에 시달려도 손을 놓은 결과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강성 지지자들이 바라는대로 움직여 대선 불복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반대로 온건파 의원들은 의정 활동이 위축되거나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다.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표출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 사당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당시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부대’라는 극단적 지지자들에게 둘러쌓여 정상적인 정당으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이는 극단적 진영 갈등을 부추겼고, 여야는 국회에서 타협 없이 싸우기만 했다. 바로 잡아야 한다. 극성 팬덤을 극복하지 못하는 정치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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