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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위기 극복 시급하지만 물가 관리에 방심하면 안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7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다 동결을 선택한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여전히 높고, 국내 물가의 오름세도 살펴야 하는 물가 당국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해한다. 한은이 동결 대신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면 물가를 낮추는 효과보다 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부각됐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통화정책 기조 자체를 바꿀 상황이 아니다.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로 늦춰지긴 했으나 물가 관리에 방심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깊게 하는 건 사실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춰 잡았다. 이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1.9~2.0%)을 하회하는 것이어서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 작년 하반기부터 크게 악화된 각종 지표는 올 들어서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12개월 연속 적자 행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무역수지는 올 들어 186억 달러(2월20일 기준)를 기록했다. 2개월도 안되는 기간의 무역적자가 작년 전체 적자 폭의 39%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때맞춰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K콘텐츠 수출 확대가 눈길을 끌었는데 K콘텐츠 수출 규모는 지난해 124억 달러(14조3000억원)로 전체 수출(6839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1.8%)이 미미하다. 반도체(18.9%) 등 주력 품목 수출이 살아나야 한다.

불투명한 대외 여건 등을 감안하면 물가를 낮추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술방망이를 찾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는 수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무역금융과 세제혜택 확대, 통관서류 간소화, 원스톱 서비스 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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