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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성커플 건보 자격’ 인정 판결, 대법원이 바로잡으라

연합뉴스TV 제공

법원이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사실혼 관계이니 (이성 사실혼 배우자처럼) 피부양자 자격을 달라”는 동성 커플의 요구를 건강보험공단이 거부했고, 1심도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뒤집었다.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첫 판결이자,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판결이다.

동성 간에 혼인(또는 사실혼)이 성립할 수 없음은 헌법과 법률과 숱한 판례로 제시돼 있다. 헌법 36조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규정했고, 민법도 성별을 구분하는 부(夫) 처(妻) 등의 용어로 혼인 당사자를 지칭하며, 대법원 역시 남녀 결합만을 혼인으로 인정하는 판례를 남겼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시각을 따라 동성 커플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란 점에서 이성 사실혼 관계와 다를 바 없으니 피부양자 자격을 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재판부는 ‘사실혼 배우자’ 대신 ‘동성 결합 상대방’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동성 혼인을 인정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지만, 이 판결은 혼인에 대한 사회적 개념과 기준을 허무는 위험성을 가졌다. 건강보험제도는 대다수 사회보장제도가 그렇듯 혼인에 근거한 가족관계를 토대로 설계됐다. 보험 적용 기준의 기저에 혼인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동성 커플을 포함시킨 것은 혼인의 범주를 넓히자는 선언과 다르지 않고, 이는 가장 기초적 사회 질서인 혼인의 개념을 파괴하는 일이다. 1심 재판부가 “사회보장 영역에서도 기존의 혼인 법질서에 반하는 내용의 사실혼은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결합 상대방 사이에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동성 커플을 혼인의 범주에 넣자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 이 판결을 근거로 혼인 관계에 적용되는 수많은 사회보장제도에서 ‘평등’을 내세운 동성 커플 인정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커졌고, 그리되면 가족관계와 관련된 제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결국 동성 혼인 법제화 논란을 불러올 위험한 단초가 이 판결로 마련됐다. 1심 재판부는 혼인제도를 ‘사회·문화적 함의의 결정체’라고 했다.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근간이 이렇게 법 해석을 통한 판례 수준에서 뒤바뀌어선 안 된다. 사회적 합의나 개헌·입법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물꼬를 열어버린 꼴이 됐다. 대법원은 반드시 이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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