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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년 만에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국방백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5일 2023년도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건설 사업인 화성지구 2단계 건설착공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어제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규정이 6년 만에 살아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칭을 삭제하고 ‘김정은’ 이름만 표기했으며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 사례도 조목조목 나열했다. 통상적으로 쓰던 ‘북·미’란 표현을 ‘미·북’으로 바꿨고, 일본에 대한 지칭도 ‘이웃국가’에서 ‘가까운 이웃국가’로 격상했다. 남북 긴장 고조 현실이 반영됐을 뿐 아니라 윤석열정부의 대북 강경 의지 및 미·일 관계 중시 성향이 백서에 묻어난다.

지난 1년의 상황을 보면 이번 백서를 단순히 지난정부 흔적 지우기용으로만 볼 게 아니다. 북한이 자초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북한은 지난해 34일에 걸쳐 탄도미사일 약 70발을 발사했다. 10일에 한 번꼴로 도발했다. 최근까지 핵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 70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백서는 평가했다. 이는 핵탄두 11~14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 한다. 심지어 남한을 향해 핵을 쏠 수 있다는 협박과 함께 전술핵 부대까지 열병식에서 공개했다. 단순한 엄포가 아닌 심각한 도발이자 위협이다. 이를 보고도 주적 개념을 쓰지 못한다면 그건 군도 아니다. 북한 고위 인사들이나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을 ‘천치 바보’ ‘역적 패당’이라 지칭하는데 김정은에게 국무위원장 명칭을 붙일 수 없다는 국방부 설명도 타당하다. 신냉전 시대에 북·중·러의 사회주의 벨트에 맞선 한·미·일 블록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백서에 담은 것도 시의적절하다.

지금 북한은 식량 사정이 악화일로여서 내부 민심이 흉흉하다는 뉴스가 연일 나온다. 이 와중에 무모한 군사 도발은 허황될 뿐 아니라 실익도 없다. 이제는 도발을 멈추고 올해부터는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정부 역시 북한의 위협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자세는 옳지만 그렇다고 한반도 위기관리 노력을 아예 포기해선 안 된다. ‘이에는 이’ 식으로만 맞선다면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안보 위협은 그것대로 대처하되 북한 식량 위기, 일부 단체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 등을 매개로 한 인도주의적 교류의 기회, 물밑 대화의 끈마저 놓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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