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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느닷없는 ‘대통령 탄핵’ 논란… 이게 여당 대표 선거인가

오늘부터 본경선 돌입한 국민의힘
비방하고 자극하는 어휘 자제하고
집권당의 품격과 비전을 보여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의원이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의창구 당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13일 제주에서 열리는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3월 2일 서울·인천·경기까지 7차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나흘간(4∼7일) 당원 투표를 실시해 8일 전당대회에서 임기 2년의 새 당대표를 뽑는다. 이날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를 할 경우 같은 달 10~11일 이틀간 투표를 거쳐 12일 당선자를 확정한다. 새 당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의 지휘봉을 잡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내년 총선 성적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도, 거꾸로 표류할 수도 있다. 당내 경선이 치열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예비경선이 끝나자마자 당대표 후보들 간에 벌어진 ‘대통령 탄핵’ 논란은 실망스럽다.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건 김기현 후보다. 김 후보는 11일 경기도 용인 강남대에서 열린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뽑히는 대표는 다음 대선에 나가겠다는 꿈을 갖고 있으면 곤란하다”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칠 때 당이 깨지고 탄핵이라는 사태까지 겪었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 탄핵이 올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당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이겠지만 너무 지나쳤다.

우리 헌정사에서 헌법재판소 심판대까지 오른 대통령 탄핵 시도가 두 차례 있었고 그중 한 차례는 실제 탄핵으로 이어졌지만 대통령 탄핵은 함부로 거론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 탄핵은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헌정질서 중단이나 주도 세력 붕괴 등 심각한 국정 혼란을 초래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정당은 궤멸했고 권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은 헌재의 기각으로 무위에 그쳤지만 탄핵 주도 세력은 몰락했다.

김기현 후보는 울산광역시장과 원내대표를 두루 거친 4선 중진이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그를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지지하고 있어 이른바 ‘윤심’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후보다. 경선 초반 인지도에서 밀려 고전했던 김 후보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안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이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후보가 안 후보보다 우위에 올라섰다는 일부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김 후보가 ‘대통령 탄핵을 용인할 수도 있는 당대표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건 신중하지 못했고 적절치 않았다. 만일 당대표 후보 중에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을 같이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그런 발언 자체가 자칫 당을 깰 수도 있다. 자극적 언어로 관심을 끌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면 집권당 대표를 뽑는 선거답게 품격과 비전을 갖춘 경쟁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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