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與 예비경선서 나타난 ‘미묘한 경고음’

친윤·현역 후보의 부진
30대 원외 신인의 약진
내홍의 정치 향한 일침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 경선 대진표가 만들어졌다. 10일 예비경선 결과 당대표에 도전하는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를 비롯해 최고위원 후보 8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이 본경선에 진출했다. 일반 유권자를 배제한 채 당원 6000명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예비경선은 득표율과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묘한 경고음이 여럿 포착됐다. 이른바 ‘윤심’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간 반복돼온 상황, 집권여당을 이끌어갈 지도부를 선출하는 무대인데도 정책과 비전을 찾아보기 힘든 모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13명이 각축한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선 친윤계 현역의원이 대거 탈락했다. 재선 의원인 박성중 이만희,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이던 이용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세 사람은 다 친윤계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 회원이지만 당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반면 비주류로 분류되는 천하람(당대표), 김용태 허은아(최고위원), 이기인(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모두 본경선에 진출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100% 당원 투표로 진행된 선거에서 조직력이 우세한 현역의원, 주류 계파 후보가 부진했다는 사실은 작지 않은 시사점을 갖고 있다. 30대 원외 인사인 천하람 후보가 4선, 5선 의원들을 누르고 본경선에 진출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비주류 신인이란 약점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10%에 육박할 만큼 지지율 성장세를 보이더니 실제 예비경선에서도 선전했다.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 사상 가장 많은 선거인단(84만명)을 놓고 경선을 치르고 있다. 수도권과 젊은 층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본경선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예비경선에서 나타난 이런 장면은 최근 당 전면에서 벌어진 여러 모습이 당내 저변 민심과 괴리된 것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내홍이라 불러야 할 주도권 다툼에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란 말까지 나오게 된 상황은 기대를 품게 하는 정치와 거리가 멀었다.

상승세를 보이던 윤 대통령 지지율도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주춤하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이 공개한 수치도 32%에 머물며 2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반복돼온 양상이다. 여당 내홍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타격을 입었고,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졌다. 집권여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역설적 상황이 되풀이되는 건 특정 정당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여권의 정치 방식이 확 달라져야 한다. 이번에 포착된 경고음을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