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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역 돼버린 노조 회계·채용 비위, 과감한 개혁 나서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노동조합의 ‘깜깜이 회계장부’를 투명하게 만들려는 정부의 조치가 시작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현행법에 규정된 노조 회계 투명화 제도의 이행을 촉진하는 방안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률 개정 계획을 밝혔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조 재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되도록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조합원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재정 관련 서류를 비치·보존해야 하고, 회계감사원을 둬서 상시적인 감시 기능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대형 노조가 막대한 조합비를 어떻게 쓰는지,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는 양대 노총의 수천억원대 예산이 어디에 집행되는지 알 길이 없었다. 회계감사원의 자격 기준조차 명문화돼 있지 않아 독립성과 전문성이 전무한 이들을 앉혀놓고 마음대로 써대는 일이 관행처럼 계속돼 왔다.

끊이지 않는 조합비 횡령 사건은 노조 재정이 집행부의 쌈짓돈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4월 조합비 3억7000만원을 빼돌려 유흥비나 해외여행비로 탕진한 민주노총 전 지부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됐고, 6월에는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이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작년에는 대기업 노조 지회장이 7000만원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2019년에는 울산지역 노조 간부 2명이 9000만원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장관은 “기업에 투명성을 요구해온 노조가 정작 자기 통제에는 인색했다”고 지적했는데, 이 정도면 자기 통제에 인색한 수준을 넘어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성역으로 만들어온 것이다. 그 높은 담을 허물어야 한다. 선진국이라면 다 갖추고 있는 노조 회계 투명화 시스템을 서둘러 보완해야 할 것이다.

대형 노조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데에는 채용 비리도 큰 몫을 했다. 파업을 무기 삼아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원 자녀의 특채를 명문화한 곳이 부지기수다. 괜찮은 일자리의 대물림을 제도화한 행태는 기회에 목마른 많은 청년을 좌절케 했다. 노동자의 권리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 됐다. 더 이상 이런 행태를 방관할 수 없다. 강도 높은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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