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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우습게 보는 금융권의 모럴 해저드


고객을 무시하는 금융권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고객에게 고금리를 약속한 뒤 뒷감당이 어렵자 해지를 읍소하는 황당한 일이 속출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주문을 핑계로 예금금리는 신속히 내리는 반면, 대출금리 인하에는 늑장 부리고 있으며 코로나 비상 상황에 줄인 업무시간의 복원도 외면한다. 금리상승기의 혜택을 본 금융권이 고객 편의는 나몰라라 하는 것이야 말로 모럴 해저드다.

일부 지역 농협·신협은 최근 연 8~10%대 고금리 적금을 내세웠다가 자금이 너무 많이 몰리자 가입자들에게 “해지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역농협 3곳의 특판상품에 예치된 자금 규모가 각 1000억~5000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이 6억~19억원에 불과한 조합들이 1년 이자 비용만 수십억~수백억원을 줘야하게 된 것이다. 한 신협에선 추가 입금을 막아 사고 계좌로 만들기도 했다. 금리가 1% 포인트만 올라도 돈이 몰리는 추세를 몰랐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직원 실수로 비대면 창구가 열려 자금이 몰린 곳도 있었다. 전형적인 기강 해이다.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상호금융업계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살피고 있는데 고객 우롱의 책임을 반드시 지워야 한다.

시중은행들도 정신 못 차리기는 마찬가지다. 당국이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으려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하자 신속히 따르고 있다. 5% 이상 주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이달 들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같은 당국 주문에도 대출금리 인하는 게걸음이다. 제 잇속을 위한 선택적 수용 아닌가. 또 내년 초 실내 마스크 해제가 예상됨에도 코로나19로 지난해 시작된 은행의 오후 3시30분 영업 단축 마감시간을 되돌릴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한다. 국내은행은 3분기까지 이자 이익만 40조6000억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7조원이나 늘었다. 혁신이 아닌 대출금리 상승 덕에 천문학적 수익을 냈다. 전 국민이 경제난에 신음할 때 유일하게 샴페인을 터뜨리는 곳이 금융권이다. 서민의 돈으로 잔치를 벌였으면 책임감을 갖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금융권은 ‘고객과의 약속 번복’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벌기’ 등의 추태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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