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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정쟁에 결국 법정시한 넘긴 예산안

엄중한 경제위기 상황
이제라도 민생 우선해
심사라도 제대로 해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14일 국회 의장실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회동 전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헌법이 정한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 어제였지만, 내년 나라살림을 좌우할 이 중요한 안건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민생을 최우선에 둬야 할 여야가 정쟁에만 매달려 이를 뒷전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 동력이 될 새 정부 첫 예산안의 시한 내 처리가 끝내 무산돼 유감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일 “법정시한을 넘겨 송구하다”며 국회 권한이자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8, 9일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도 “야당의 당리당략에 국회 운영이 어렵다” “이상민 방탄에 멈춘 민생”이라며 책임을 상대에게 돌렸다. 정치권은 그동안 예산안을 소위 ‘윤석열표 예산’ ‘이재명표 예산’이라 규정하고 대립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 분양주택 예산과 대통령실 이전 관련 비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공공 임대주택 예산과 지역화폐 예산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여기에 법정시한 전날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보고가 쟁점인 본회의 개최를 두고 충돌했다. 이 장관 거취 논란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 정치적 이슈가 예산안 합의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을 내어 단독 처리를 할 수 있다고 압박해왔고, 정부와 여당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집행하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언급해왔으니 예산안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었겠는가. 집권 여당의 책임이 가볍지 않지만, 야당이 정부의 첫 예산안을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발목을 잡는 행태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후 예산안은 법정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했더라도 짧으면 하루, 길면 8일 후 처리됐다. 하지만 올해는 여야의 첨예한 대치로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어렵다.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최 기일을 못 박은 만큼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는 반드시 처리돼야 할 것이다.

민생이 어렵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산업 현장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산안에 대한 세부 의견은 여야가 다를 수 있지만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 게 정치다. 민생만을 위해 예산안을 논의해야 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처리 시한 만료로 합의되지 못한 쟁점은 ‘소(小)소위’로 넘어갔다. 하지만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고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는다.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을 끼워 넣는 ‘쪽지 예산’ 창구가 될 소지가 크다. 졸속심사는 안 된다. 법정 시한을 넘겼다면 제대로 된 심사라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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