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도 못했죠. 중요한 단판 경기라 부담이 컸어요.”
2010년 6월 26일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김재성(39) 인천 유나이티드 코치는 우루과이와 사상 첫 원정 16강 일전을 치른 허정무호의 ‘깜짝 카드’였다. 일생을 염원했던 월드컵. 첫 선발 기회를 얻었음에도 김재성은 개인적인 감상에 젖을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김재성은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애국가가 들릴 때 전쟁터에 나간 병사처럼 아드레날린이 솟구쳤고, 우루과이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떠올렸다.
월드컵에 채 10분도 안 뛰었던 선수가 가장 중대한 일전에 투입된 건 활동량과 투지 덕이었다. 강팀 우루과이와의 경기엔 수비 밸런스가 중요했고, 중원은 물론 측면에서도 뛸 수 있는 김재성이 이청용과 합을 맞출 윙어 한 자리의 적임자였다.
“(이)영표, (차)두리, (박)지성이 형이 수비는 다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지성이 형은 볼을 빼앗기면 수비 지역까지 쫓아가 탈취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에 후배들도 소홀할 수 없었죠. 끈질기게 수비하고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는 플레이엔 자신 있었어요.”
김재성은 제 몫을 다했다. 우루과이 장신 수비진과 헤더 경합을 마다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침투해 수비를 괴롭혔다. 2~3회 득점 찬스를 잡기도 했다.
한국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도 우루과이와 일전을 벌인다. 2010년 선발 멤버 중 루이스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 등은 이번에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성은 “벤투호는 높은 위치에서 압박해 뒤에 공간이 빌 수 있는데, 빠르게 수비 전환해 안전한 수비 형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2010년에도 막았다고 생각한 순간 수아레스가 개인 능력으로 득점했다. 그런 선수들이 여럿 포진한 우루과이를 막으려면 모두 함께 조직적 수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스트 김재성’으론 이재성을 꼽았다. 김재성은 “(이)재성이는 활동량이 많고 수비적 역할도 해주는데 내가 갖지 못했던 왼발 기술도 좋아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꼭 봤으면 좋겠다”며 “득점은 물론 (황)의조, (조)규성이를 향한 마지막 패스를 해줄 손흥민의 플레이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성은 2010년 이영표의 조언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영표 형이 ‘재성이 너도 다른 선수들만큼 좋은 선수라 여기 있는 거다. 주눅들지 말고 가진 걸 보여주라’고 말해줬어요. 월드컵은 토너먼트라 ‘내가 최고’란 생각으로 해야 후회가 안 남아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축구 잘하는 선수들이 모였으니 컨디션을 유지해 모든 걸 쏟아부었으면 좋겠네요.”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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