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죽을 때 국가 어디 있었나” 유가족 첫 공식 회견

이태원 참사 유족 첫 기자회견
진상 파악·책임 규명 참여 요구
민변, 국가 배상 등 법률 지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희생자의 영정사진을 든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24일 만에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권현구 기자

이태원 참사 24일 만에 유가족들이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차디찬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며 정부의 사고 수습과 유족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희생자 38명의 유족에 대한 법률 지원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2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들은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고(故) 송은지씨의 아버지는 “이태원 참사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간접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진단서에 사망 일시도 ‘추정’이라고 적혀 있고 장소는 ‘노상’, 사인은 ‘불상’으로 돼 있는데 어느 부모가 사인도 장소도 알지 못하고 자식을 떠나보내겠나”라며 울먹였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진상 확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직접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상 파악과 책임 규명에 참사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지금도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아들이 출근하려고 맞춰둔 알람이 울린다. 새벽잠을 참아내며 노력하던 아들의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다”고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배우 고(故) 이지한씨의 모친은 “참사 당일 지한이는 ‘오늘 밥을 먹고 와야 해. 내일 촬영이 있어서 금방 올 거야’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그날 밤에 아이가 죽다니, 믿을 수 없었다”고 흐느꼈다. 유족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참석자들의 울음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쓰러지는 유족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들 모임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유족은 “참사와 관련해 가장 공감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이들은 같은 유가족들”이라며 “유족 모임 구성, 심리 안정을 위한 공간 제공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참사 17일이 지나 수소문 끝에 겨우 유족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고 이민아씨의 아버지는 다른 유족들과 함께 합동 봉안당이나 추모비를 만들기 위해 딸의 유골을 아직 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는 추가 고발이나 국가 배상 등 법률 지원도 추후 유가족의 뜻을 모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소장은 참사 당시 현장을 찾았다가 인파가 많다는 이유로 용산구청으로 돌아갔으면서도 현장을 지휘한 것처럼 보고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최 소장의 사후 조치에 대해 엄중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조만간 2차 조사를 받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