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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박지훈 종교부 차장


건축가 유현준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라는 제목의 글이 등장한다. 실제로 한국인 대다수는 불자가 아니어도 절을 둘러보는 일엔 거리낌이 없으나 교회는 다르다. 불신자에게 교회는 왠지 들어가선 안 될 곳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도 ‘우리 교회’가 아니면 교회의 문턱을 넘을 때 얼마쯤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교회에 느끼는 심리적 허들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유현준은 그 배경을 건축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요약하자면 교회는 경기장에, 절은 미술관에 빗댈 수 있다. 교회는 경기장이 그렇듯 예배(경기)가 있을 때만 북새통을 이루지만 절은 미술관처럼 특정 시간에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 이렇듯 각기 다른 특징 때문에 두 종교의 건축물은 다른 형태를 띤다. 절엔 대형 집회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마당 둘레에 아늑한 규모의 건축물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편한 마음으로 영내를 산책한다. 하지만 교회는 한날한시에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장소이니 건물이 커야 한다. 외부 공간은 아예 없거나 협소한 곳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에겐 이런 겉모습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유현준은 “전도를 중시하는 교회가 건축적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폐쇄적”이라고 적었다.

절 대부분은 산에 있지만 교회 대다수는 도시에 있다. 한데 시민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교회의 접근성은 크게 떨어진다. 웬만큼 규모가 있는 교회라면 어느 곳을 가든 교회 1층이나 별관에 카페를 만들어놓았다. 교회들은 저마다 카페를 개업하면서 이곳이 마을과 교회를 잇는 가교가 될 거로 기대했을 거다. 그러나 교회 카페들을 둘러보면 성도들의 사랑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만난 한 목회자는 교회 카페가 불신자를 끌어들이면서 마을의 명소로 거듭날 방안으로 ‘빵’을 꼽았다. “사실 한국의 카페들이 선보이는 커피의 맛은 얼마간 평준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빵이나 디저트는 아닙니다. 저희 교회 카페는 제빵 명인이 만든 생지(빵 반죽)를 구해 사용하고 있어요. 덕분에 성도는 물론이고 시민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한번 먹어보면 맛이 다르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만약 교회 카페들이 저마다 근사한 ‘베이커리 카페’로 바뀐다면 한국교회에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을 거예요.”

카페가 아니더라도 교회를 ‘들어가기 쉬운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는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얼마 전 경기도 부천의 한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평일임에도 아이들로 북적였다. 교회 유치부실에 마련된 공부방에서 아이 수십명은 삼삼오오 모여 방학 숙제를 하거나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교회는 점심은 물론 간식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담임목사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하다가 학원에 갔다 오기도 한다”며 “부모 부담을 줄여주니 학부모들 반응이 정말 좋다. 교회라면 이런 곳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한국교회 부흥의 끌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 중 하나가 상가 교회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될 때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는 상가마다 교회를 개척해 시민들의 삶과 살을 맞댔다. 사회적 약자에게 가난은 곧 공간의 부족이다. 주변엔 경제적 여건 탓에 머물 곳이 없어서,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일할 곳을 찾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유현준은 지난해 내놓은 신작 ‘공간의 미래’에 “교회는 공간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물론 교회의 본당 같이 거룩하게 구분되어야 할 공간은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외의 공간들은 운영의 묘를 살리면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1970년대의 상가 교회처럼 세상으로 적극 다가가는 일을 할 수 있다. 결국 교회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모든 사람을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박지훈 종교부 차장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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