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사역 ‘복음&빵’으로 방향 튼다

선교사들 “정정불안 최대 10년 갈것”
복음·빵 함께 전하는 사역으로 전환

콜롬보 시내 한 주유소 앞에 기름을 얻으려고 긴 줄을 이루고 있는 차량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19일 스리랑카가 국가 부도를 선언하고 두 달가량 지났다. 현지 한국인 선교사들은 텅텅 빈 마트의 매대를 마주하고, 기름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주유소 앞에서 긴 줄을 서면서 사역 방향을 전환했다. ‘복음과 빵’이다.

탁명길 선교사는 20일 “스리랑카가 새 정부를 꾸려도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길게는 10년”이라며 “스리랑카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하는 데서 복음과 빵을 함께 전하는 사역으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스리랑카는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국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공식 사임하면서 의회의 간접선거로 새 대통령을 선출했다.

탁 선교사는 “모두가 예민한 상황이라 대놓고 구호하기는 어렵고 간접적으로 도울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현재 스리랑카선교사협의회가 현지인 목회자 돕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인 콜롬보에서 사역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

스리랑카선교사협의회가 현지인 목회자부터 돕겠다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꾸루네갈라에서 사역하다 최근 한국에 온 이헌주 선교사는 지난 두 달간의 스리랑카 상황을 설명하면서 현지인 목회자가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시내 골피티 마켓의 한 상인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과일을 들어보이며 오른 가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물가는 300% 올랐고 기름은 구하기 어렵다”며 “달러가 없어 물건을 수입할 수 없고 기름이 없어 유통도 안 되고
발전소도 돌릴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현지인 목회자들의 상황은 심각해 하루 세 끼는커녕 두 끼라도 해결하면 감사한 상황이다.

이 선교사는 “아는 목사가 은행에 간다고 하길래 ‘무슨 일 때문에 가냐’고 물었더니 시골에 있는 동료 목사가 하루 한 끼도 못 먹는다는 말을 듣고 돈을 부치러 가는 길이라고 하더라”며 “모두 힘들지만 헌금으로 생활하는 목회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교사들은 스리랑카의 상황이 속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부정부패를 경험한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불신이 크고 경제 상황은 회복 시기마저 놓쳤다. 선교사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사역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난이다. 전 대통령의 농업 정책 실정으로 이모작을 하는 스리랑카의 작황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

이 선교사는 “스리랑카 주재 한국 대사관과 미팅이 있었는데 올가을 식량난은 더 심각해질 거라 봤다”면서 “이달 초 한국에 들어오기 전 가진 돈으로 쌀과 씨앗을 사서 현지 사역자와 성도들에게 나눠주고 사용하지 않는 땅에 농사를 지으라고 주문했다. 다음 달 스리랑카로 돌아가면 함께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탁 선교사도 한국교회에 기도와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스리랑카가 위기인 건 맞지만 그들이 하나님을 의지하며 포기하지 않도록 함께 기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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