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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민 피눈물 흘리게 하는 전세사기, 이참에 뿌리 뽑도록

지난 5월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주택 전세계약을 했다가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 피해액이 상반기에 34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전세 보증금을 날리는 피해 규모는 사상 처음 6000억원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에 가입한 경우만 포함되는 통계여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제 전세금 사고 액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은 두 가지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비싼 ‘깡통 주택’이 늘고 있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세사기 범죄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피해자는 73%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지난해 5월 국민일보가 보도한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은 이런 추세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서울에서 빌라 500여채를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해 보증금 돌려막기를 하다가 잠적한 세 모녀는 세입자들에게 300억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서 다세대 주택에 취득가보다 큰 전세금을 설정한 뒤 임대하는 방식으로 깡통 전세를 양산했다. 검찰은 세 모녀의 모친을 구속기소하고 두 딸 등 공범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대검찰청은 11일 전세보증금 사기 범죄의 원칙적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 지침을 각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전세금을 둘러싼 범죄는 일반적인 사기 사건과 결이 같을 수 없다. 그 피해자는 대부분 2030 청년세대와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이고, 그들에게 이 돈은 삶의 밑천이자 전 재산이다. 이를 훼손하고 가로채는 짓은 한 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가정파괴 범죄와 다르지 않다. 공권력은 이런 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일이다. 이 사안에 검찰이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다행스럽다. 철저한 수사와 적극적인 법 적용을 통해, 범죄수익에 대한 끈질긴 추적과 환수를 통해 서민을 울리는 악랄한 범죄를 근절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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