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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베 피살이 부른 불확실성… 변곡점에 선 한·일관계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살이라는 충격적인 사태 속에서 일본이 10일 참의원 선거를 치렀다. 자민당을 비롯한 연립여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세 중에 발생한 이 총격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정치 테러였다. 일본 유권자의 표심에는 이를 규탄하는 의지도 담겼을 것이다. 일본 사회가 이번 사태의 충격을 속히 추스르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굳건히 지켜나가기 바란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조문을 위해 급히 일정을 바꿔 11일 방일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국무총리 등으로 조문단을 구성해 파견할 계획이다. 최대한 격식을 갖추고 성의를 담아 위로를 전하는 것이 좋겠다.

아베 사망과 선거 결과는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에 중대한 변곡점이 됐다.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함께 내포하고 있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지지를 얻어 집권했고, 아베는 기시다 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아베의 부재로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배후권력 공백기를 거치게 됐다. 정치적 역학관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경우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석열정부의 행보와 맞물려 경색 해소의 물꼬를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 등 아베가 생전에 주장한 여러 어젠다는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일본 여론과 정치권의 강경 보수 세력이 아베의 유지를 명분 삼아 목소리를 키우고, 기시다 정권이 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일본이 더욱 우경화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움직임은 일제강점기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찾아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충돌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미묘한 상황에 놓인 까닭에 한·일관계를 풀어가려면 한층 치밀한 손길이 필요해졌다. 조문 외교를 통해 접점을 넓히면서 두 나라가 공유하는 가치를 토대로 신뢰를 회복해가야 한다. 최대 걸림돌인 과거사 문제 해법은 박근혜정부가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피해자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설득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구성한 민관협의회에서 합리적인 소통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오랫동안 누적된 상호 불신과 오해를 하루아침에 걷어내기는 어렵지만, 지금 일본이 놓인 정치적 불확실성의 상황은 그런 노력을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정부의 외교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양국 관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물길을 열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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