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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민 고금리 고통만 키우는 은행과 금융당국 생색내기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사상 최대인 11조원 이상을 이자로 벌어들인 은행권이 이익에만 몰두한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마지못해 내놓은 꼼수에 불과하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지난 4일 신한은행은 6월 말 기준 연 5%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년간 깎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수혜 대상과 금액은 3324명에 3300억원으로 주담대 고객(30만여명)의 1%, 대출총액(60조6000억원)의 0.5%에 불과하다. 게다가 7월 이후 인상분은 고객 부담이다.

하나은행이 다음 날 발표한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 연 7% 초과분에 대한 최대 1% 포인트 감면책은 더 민망하다. 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인 대출 연장에 국한되고 수혜 대상자 역시 극히 드물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대출이 가능한 마지막 등급인 신용 6등급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연 7% 이내로 감면 적용이 안 된다. 7~10등급의 경우 적용금리가 연 7.69%로 돼 있지만 이들 저신용 고객 대부분은 사실상 2금융권 대출조차도 불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우롱할 거라면 금리산정 원가를 공개하는 등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는 게 은행 신뢰를 위해 더 낫지 않을까.

엊그제 금융위원회가 예대금리 공시 개편안 등을 발표했으나 실질적인 금리 인하 대책보다는 소비자 상품 정보 확대 수준에 그쳐 금융권 잡일만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위는 싱가포르 등 5개국과 비교해 국내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낮다느니, 은행이 가산금리를 수단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관리해 왔는데 너무 높은 금리를 받았다고 비난하는 건 억울할 것이라는 등 은행권 입장을 두둔하기까지 했다. 이래놓고 대통령 공약사항을 이행했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건가. 보신에만 급급한 듯한 태도를 보이는 금융 당국과 은행권으로부터 고금리 고통 완화대책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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