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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보 조작 의혹 명백히 규명하되 안보의 정치화는 경계해야


국가정보원이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직권남용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충격적이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첩보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와 관련해 북한군 통신 등을 감청한 7시간 분량의 특별첩보(SI) 일부를 삭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씨의 표류 관련 정황들을 빼고 월북 정황만 부각되도록 보고서를 가공했다는 것이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합동 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다. 통상 몇 주에서 몇 개월이 걸리는 합동 신문을 3~4일 만에 종료시켜 남북 관계 악화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두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정원의 고발 혐의가 사실이라면 중대한 정보 조작 사건이다. 국정원이 우리 국민의 생명이 희생된 사건과 북한 탈북 어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를 처리하면서 북한 눈치를 보느라 관련 정보를 취사선택했거나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다만 의혹을 그대로 인정하기에는 미심쩍은 지점도 있다. 박 전 원장은 연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첩보를 삭제해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는 남기 때문에 삭제할 이유도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에 체류 중인 서 전 원장도 조속히 귀국해 의혹을 해명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의 고발을 ‘친북 몰이’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국방부와 해경은 이씨의 월북 추정 발표를 뒤집고 사과했다. 곧바로 감사원이 국방부와 해경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고,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두 전직 원장을 고발했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재직 시절 최측근인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이다. 혹시라도 국정원의 고발이 근거가 부실했다고 드러날 경우 국정원은 안보를 정치화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혹들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았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으로 시작돼 ‘그런 발언은 없었다’로 결론 난 ‘NLL 사건’의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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