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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아버지’ 송해… 마지막까지 무대 지킨 오뚝이

건강 악화에도 꿋꿋이 무대 지켜
생전 “노래자랑, 내 인생 교과서”
95년 인생 담은 영화 제작되기도
무명 가수들 위한 가요제도 열어

8일 별세한 방송인 송해가 올 초 KBS ‘2022 설 대기획’으로 편성된 트로트 뮤지컬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무대에서 관중석을 향해 웃으며 손을 들고 있다. KBS 제공

송해는 늘 국민 곁을 지킨 MC였다.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다는 의미에서, 34년간 KBS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왔다는 점에서 ‘국민 MC’는 그에게 가장 잘 맞는 수식어다. 그는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실향민으로서 방송연예계에 굵은 족적을 남겼고, 한 세기에 가까운 인생은 영화로 제작됐다.

송해는 지난 5월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최고령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그는 소감에서 “긴 세월 전국노래자랑을 아껴 주신 대한민국 시청자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직업정신이 투철했다. 건강 악화에도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꿋꿋이 지켰다. 2010년 이후엔 고령으로 방송 녹화에 몇 차례 불참했고, 올해도 두 차례 입·퇴원을 반복해 시청자들의 걱정을 샀다. 지난해 말 하차설이 나오자 “(내가) 아직 이렇게 또렷또렷한데 누굴 줘”라며 일축했다. 올해 들어서야 체력적 한계로 야외 녹화는 어렵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 수십년간 전국을 돌며 국민의 노랫가락을 들은 그는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가수입니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지역 갈등, 고부 갈등, 직업 간 갈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 성별과 세대 간 갈등이 전국노래자랑에선 해소된다. 이 프로그램은 ‘내 인생의 교과서’”라고 했다.

그는 2003년 평양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할 때도 특유의 넉살과 유머로 관객의 호응을 얻어냈다. 황해도가 고향인 그는 전국노래자랑이 한 번 더 북한에서 열리길 바랐다. 그는 2010년 한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같은 곳에서 노래자랑을 하며 남과 북이 어울리면 그게 바로 통일이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2011년 종로2가 파출소 일일 명예소장으로 위촉돼 거수경례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 세기에 달하는 송해의 일생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그의 95년 인생을 담은 영화 ‘송해 1927’이 개봉했다. 긴 시간 그가 느낀 희로애락을 그린 이 영화에선 가족에 대한 애정과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용철 평론가는 “연예인이 아닌 어떤 아버지와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는 “82분으로 담아내기엔 너무나 큰 거목”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송해와 함께해온 KBS는 지난 1월 그를 주제로 한 트로트 뮤지컬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를 선보였다. KBS ‘2022 설 대기획’으로 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송해를 위해 후배 가수들이 꾸미는 헌정 공연이었다. 무대는 파란만장했던 그의 95년 인생사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MC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원로 코미디언으로서 송해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송해는 생전 가요 모음집을 비롯해 10장이 넘는 음반을 냈다. 1967년 가수 김상희 배호 등과 함께 첫 가요 음반을 발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90세를 훌쩍 넘어서도 노래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18년 ‘딴따라’ 음반을 발매하고 1년 뒤에는 싱글 앨범 ‘내 고향 갈 때까지’를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지난 5월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름을 올린 후 인증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 KBS 제공

가요계 대선배로서 후배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2017년 그는 가수를 꿈꾸지만 환경이 어렵거나 기회가 없어 데뷔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송해 가요제’를 열었다. 당시 그는 “가요 백년사의 기쁨과 슬픔을 전하고, 여러 가수가 더 알려지고 새롭게 조화를 이루기 바라는 마음”이라며 가요제 개최 이유를 밝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송해는 오랜 시간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연예인이었고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항상 국민 곁에 있었다. 누구보다 국민과 친밀성이 높은 MC였다”며 “인간미와 순발력, 모든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능력으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줬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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