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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어떻길래… 주류회사들이 줄줄이 뛰어드나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바람 속
HMR 판매 플랫폼·AI챗봇 개발 등
스타트업 투자로 새로운 분야 경험
본업과 다른 업종서 성장동력 찾아

입력 : 2022-05-28 04:05/수정 : 2022-05-28 04:05
주류회사들이 신생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에서 지난해 9월 지분투자한 특수작물 재배·유통 스마트팜 스타트업 ‘그린’의 김포 도시농장에서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스타트업 ‘스톤아이’에 지분투자를 했다. 스톤아이는 운동시설 운영자와 회원을 연결해주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다짐’을 운영한다. 애플리케이션으로 회원은 제휴 운동시설의 통합 회원권을 구매할 수 있고, 운영자는 편리하게 회원을 관리할 수 있다. 단기간에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50만명을 돌파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운동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이 급증하면서 피트니스산업은 성장가도를 달릴 전망이다. 하지만 주류회사가 본업과 동떨어진 피트니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주류업계는 스타트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류업과 거리가 먼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성장이 정체된 기존 사업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엔진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다른 산업의 기업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주류업계 최초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더벤처스’와 계약을 맺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을 들였다. 2019년 국내 영리기업 최초로 법인형 엔젤투자자로 선정된 뒤 창업 극초기 단계인 스타트업에 5억원 안팎을 투자하고 있다. 첫 지분투자는 2020년 5월에 이뤄졌다. 온라인 가정간편식(HMR) 쇼핑몰 ‘아빠컴퍼니’가 대상이다. 이후 많게는 한 달에 2건씩 계약을 체결하면서 2020년 5개, 지난해 6개, 올해 4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아예 서울 본사에 공유오피스를 만들어 놓고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오비맥주의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그린바이오 벤처기업 ‘라피끄’의 이범주 대표가 시제품을 설명하는 모습. 오비맥주 제공

주목할 지점은 본업과 거리가 멀어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 대상 분야는 식음료(F&B), 라이프스타일, 스마트팜, 지식재산권(IP) 커머스 등으로 다채롭다. 전국 농가에서 공수한 제철 나물을 가공해 배송하는 ‘엔티(나물투데이)’, 예술작품·캐릭터 등을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제작하는 ‘옴니아트(얼킨캔버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페이스리버’, 증강현실(AR) 기반 메타버스 콘텐츠 플랫폼 ‘유니크굿컴퍼니(리얼월드)’가 투자를 받았다.

경쟁 회사인 오비맥주도 마찬가지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열고 그린바이오 벤처기업 ‘라피끄’, 인공지능(AI) 챗봇 개발 스타트업 ‘미스테리코’, 친환경 소셜벤처 ‘마린이노베이션’을 발굴했다. 이 기업들과 맥주 부산물(맥주박)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 개발 솔루션, AI 소셜 모니터링 플랫폼, 맥주 부산물로 만든 친환경 패키징 개발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발굴한 푸드 업사이클 스타트업 ‘하베스트’와는 사업화 단계까지 왔다. 맥주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한 고단백 간식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주류업체들의 변신은 절박함에서 출발한다. ‘한 우물만 파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크다. 국내 주류 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이고 정체된 지 오래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빅3’가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매출액은 2조2029억원, 영업이익은 1741억원인데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던 10년 전(2조346억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주류업체들은 다른 사업 분야에 전문성이나 경험을 쌓지도 못했다.

반면 경영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바람 속에서 전혀 다른 업종으로 뛰어드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돌파구로 스타트업 투자를 선택했다.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하면서 새로운 분야, 새로운 사업,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런 ‘축적의 경험’ ‘축적의 시간’이 쌓이면서 미래 성장엔진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준비하다가 스타트업 투자가 매우 효과적이면서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판단했다”며 “주류산업은 식음료산업과는 다른 구조를 지녔다. 덕분에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 간의 시너지를 고려하기보다 스타트업 자체의 사업성과 기업이 속한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시적 성과도 보이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 스마트팜 솔루션 기업 ‘퍼밋’에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단발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에 필요한 추가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퍼밋은 지능형 패키지 온실, 업소용 신형 재배기 같은 ‘스마트팜’ 산업의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상용화해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신장도 이뤄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푸드테크,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고 스타트업 발굴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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