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3일 뒤 근무라뇨” 정부 지침에 간호사 신음

의료공백에 ‘강제 출근’ 압박 속출
“동료·환자에 감염시킬까봐 걱정”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치료병상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 뉴시스

코로나19 증상이 가볍거나 무증상인 의료진을 확진 사흘 뒤부터 정상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지침에 현장 의료진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강제 출근’을 압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해당 지침을 악용해 격리기간 없이 출근할 것을 종용하는 병원까지 등장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박모(27)씨는 지난 19일 다니던 병원을 관뒀다. 건강문제가 큰 이유였지만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틀 만에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병원 측 처사에 퇴사를 더욱 굳혔다. 자택격리를 하면서 몸살이 심한 상태였음에도 병원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출근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박씨는 “감염 가능성이 있는 손으로 검사용 센서를 환자 코안에 집어넣었다”며 “‘환자들은 이런 간호사한테 검사받았다는 사실을 과연 알까’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증상이 경미한 의료진은 최대 3일 격리 후 근무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들은 이 기준에 따라 원래 7일인 의사·간호사 격리기간을 5일 또는 3일로 단축한 상황이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현장에서는 의료진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는 불만과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간호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월요일에 확진돼 수요일에 출근했다” “의료인이 된 걸 후회한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지침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닌 간호조무사들도 비슷한 수준의 근무가 강요되고 있다. 간호조무사 최모(26)씨는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원장에게 “사흘 뒤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최씨는 “이럴 때만 간호조무사도 의료진 대우를 하는가”라며 “똑같은 사람인데 병원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3일 격리 뒤 일하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경북 지역의 한 요양병원에선 확진된 의료진이 3일 뒤 출근해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을 집단으로 ‘코호트 간호’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확진자로 팀을 구성해 확진자들을 돌본 것이다. 이밖에 확진 이튿날부터 무조건 일하길 강요하거나 자가검사키트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데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말고 개인 연차를 사용해 며칠 쉰 뒤 근무할 것을 요구하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동하는간호사회 관계자는 “의료진은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 ‘내가 동료·환자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진 않을까’란 걱정을 안고 일하고 있다”며 “사정이 열악한 병원 의료진일수록 더욱 부당한 요구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로나19 감염 원인을 두고 의료진을 의심하는 환자들도 느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동네의원 간호사는 “입원 중이던 환자가 ‘의사·간호사 때문에 나도 코로나19 확진이 나왔다’며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씁쓸해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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