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은인과도 같은 사람의 얼굴은 세월이 지나도 선명하게 떠오르기 마련이다. 은인처럼 나타나 가르침을 주고 떠난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회 초년생 시절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 개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 노는 것보다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 훨씬 재밌다는 걸 느끼게 해준 사람. 운전대 붙잡을 용기를 준 사람. 여러 은인 중 혼자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 사람이 있었다. 그가 떠오른다.
그는 칠판 앞에 서서 언어로 가르침을 주지 않았다. 행동으로 가르쳤다. 그와 함께 네팔로 떠났을 때 나는 무리 중 한 사람이었다. 보름간 그를 따라다니며 네팔을 여행했다.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환상만 가득했다. 그곳에서 깨달음을 얻고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네팔 여행에서 여행의 현실적인 면을 여러 번 접했다. 턱없이 많은 택시비를 요구하며 바가지 씌우려는 사람도 만나봤고 한밤중에 경유지 국가로 입국하지 못할뻔한 경험도 해봤다. 환상이 아닌 현실적인 경험을 통해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면 못할 일이 없었다. 그는 여행의 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일을 혼자서 처리했다. 하나둘 처리해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그에게 하루쯤 어디도 가지 않을 무모함에 대해 배웠다. 비싼 돈을 들여서 먼 곳까지 왔는데 호텔 안에만 있는 일은 얼마나 무모한가. 그때 그에게 배운 무모함으로 지금 부다페스트까지 왔다. 삶에서 무모함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보헤미안에 가까운 사람, 가장 독특한 사람,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다. 모든 게 서툴기만 했던 20대 때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일은 내게 여러 깨달음을 남겼다.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 앞으로 남은 여정에서는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지 기대된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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