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북한 선교 문 열 황금열쇠는… 한류 콘텐츠

탈북자 열 중 아홉은 한류 접해
북에 유입되는 기독 콘텐츠도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탈북한 A씨는 북한에 있던 2013년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를 접했다. 10여년 전 방영됐던 ‘파리의 연인’이었다. 전파상이었던 A씨 아버지는 TV 수신기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한국 방송을 잡아 집에서 몰래 보곤 했다. A씨는 그런 아버지 어깨 너머로 남한의 모습을 감상하곤 했다.

한번은 TV에서 ‘남남북녀’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다. 남한 유명 남자 운동선수와 탈북 여성이 데이트 하는 장면이었는데, A씨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A씨는 “TV속 운동선수가 엎드리더니 탈북 여성이 그의 등을 밟고 어딜 오르더라. ‘남자 등을 여자가 밟다니’ 북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때 ‘남한이 참 좋은 곳이구나’ 하는 걸 크게 느꼈다”고 했다.

최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샬롬나비)은 ‘케이팝(K-Pop)으로 무너지는 북한사회’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케이팝 등 한류가 전체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녹이는 문화폭탄이 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북한 사회가 심각한 체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뉴욕타임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북한이 케이팝 등 한국 문화를 ‘악성 암’으로 규정해 단속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김 위원장이 자본주의 문물의 침습을 막지 않으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며 “북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데 실패한 이후 문화적으로 더욱 폐쇄된 모습을 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2019년 탈북한 B씨에 따르면 김 위원장 세습 이후 단속이 더 강화되긴 했다. B씨는 2003년 처음 한국 콘텐츠를 접했다.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했다. 그런데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콘텐츠를 접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했다. B씨는 “김정은이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당에서 얘기하는 말이나 그런 세뇌 교육에 길들여질 만큼 요즘 북한 청년들이 어리석진 않다”고 했다.

탈북민 A씨가 북한에 있을 때 접한 첫 한국 드라마 ‘파리의 연인’. A씨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인 ‘남남북녀’를 보고 남한이 좋은 곳임을 느꼈다고 한다. SBS·TV조선 캡처

다만 그는 “외신 보면 북한 MZ세대가 BTS 따라하고 그런다고 하는데 이건 좀 과장 된 것”이라며 “나름 북한에서 한국 콘텐츠를 많이 접했던 저였지만 BTS는 한국 와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포하다 걸리면 15년형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 콘텐츠가 장마당을 통해 막 확산되거나 하진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영향은 있다. 자본주의와 문명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고 전했다.

북한·통일 전문가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한국에선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고,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었다”며 “남·북한 모두 한국 문화 및 외부 정보가 북한 내 확산되는 걸 제재하고 있다는 건 북한 당국 입장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자국 내 침투가 굉장한 영향이 있다는 방증이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탈북민 열에 아홉은 한국 문화에 노출된 분들이다. 탈북자뿐 아니라 접경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도 한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며 “탈북민들, 접경지역 북한 주민들을 만나 보면서 느낀 건 그들도 알면 바뀐다는 사실이다. 이런 콘텐츠 자체가 북한 주민들 생각과 의식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흘러들어오는 콘텐츠 중에는 극소수지만 기독교 콘텐츠도 있다고 한다. A씨는 “‘모세의 기도’라든지, ‘천지창조’ 같은 콘텐츠를 본 적이 있다”며 “그땐 그게 기독교 관련 콘텐츠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할지라도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독교가 소개되고 있다고도 했다. 강 교수는 “축구를 했는데 골을 넣고 기도를 하는 장면이라든지, 거리를 걷는데 십자가가 보이는 장면이라든지 콘텐츠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독교를 접하는 북한 주민들이 있다”며 “직접적으로 북한에 들어가서 선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류 문화 콘텐츠는 복음의 내용을 전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상임대표 조요셉 목사는 “한류 문화 콘텐츠가 북한에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있다.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틈을 만들 수 있다”며 “지금은 이런 콘텐츠들이 기독교와 바로 연결이 되진 않지만, 이 분야에 속한 기독교인들이 콘텐츠에 기독교적 문화를 녹여 나가면 통일이나 선교 사역에 있어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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