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심정으로 부족 아이들 ‘출애굽’… 사역자로 세워가

[서윤경 기자의 선교, 잇다] 바누아투 정창직 선교사

정창직 선교사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자신이 섬기는 바누아투와 선교 사역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남태평양 뉴질랜드와 솔로몬제도 사이 80여개 섬들이 모여 ‘Y’자 모양을 만들었다. ‘신이 빚은 휴양지’, ‘남태평양의 보석’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생소한 이름의 나라, 바누아투 얘기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창직(63) 선교사는 이 같은 화려한 수식어와 다르게 바누아투를 이야기했다.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파송 선교사다.

정 선교사는 “통신 신호를 잡으려면 산꼭대기로 올라가야 하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한다”면서 “태풍으로 나무가 쓰러지면 치워야 하고 강물이 넘치면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정 선교사는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해 신학을 공부하고 95년 목사 안수를 받고 국내에서 목회했다. 2001년부터 청빙을 받은 뉴질랜드 영락교회를 섬기는 동시에, 2003년 바누아투 선교를 시작했다. 그러다 2008년 바누아투 밀림에서 말라리아에 걸렸다. “1년간 투병해도 차도가 없어 목회를 내려놓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치료하면서 현지인 선교에 집중하겠다는 결심이 섰지요.”

치료를 마친 그는 2010년 6월 바누아투 수도 빌라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바누아투 선교에 매진했다. 정 선교사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바누아투에 복음이 들어왔다. 일부 서양 선교사들이 선교했는데 결실을 보기 어려웠다”면서 “바누아투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교회부터 지으려고 하면서 복음을 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선교사는 일방적으로 돕고 복음을 전하는 방법 대신 미전도 부족 아이들을 교육해 사역자로 세우는 방법을 고민했다. 말라쿨라 산토 펜테코스트 에파테 암브림 등 5개 섬에 미션캠프를 만들어 교회와 학교를 세웠다.

정 선교사(왼쪽)를 통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바누아투의 미전도 종족 아이들. 정 선교사 제공

밀림을 오가면서 위험에도 노출됐다. 앞서 2006년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갈 뻔했고 2008년 말라리아에 걸렸다. 2017년 잠시 한국에 왔을 땐 뇌출혈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정 선교사는 어려움 속에도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 미전도 부족을 만났다. 2011년 만난 펜테코스트 섬의 미전도 부족인 분랍은 문맹률이 99%였고 무속신앙이 강했다.

“일부 부족 중엔 정치적 추장과 영적 추장인 무당이 있는데 두 사람이 각자 역할을 맡거나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모두 합니다. 분랍부족 추장은 두 역할을 모두 했어요. 추장이 호주 선교사가 준 성경책을 불태웠는데 자신은 멀쩡하다며 자랑하는 곳이었죠.”

정 선교사는 태권도로 주민들의 경계를 풀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태권도 교관으로 활동했고 지도자 자격과 국제 심판 자격이 있었다. “태권도는 처음 딱 한 번 보여줘요. 그다음은 의료선교에요. 상처를 소독하고 약 발라주는 게 전부지만 모두 고마워하죠.”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추장은 마을에서 나가라며 압박했다. “2013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을 먹고 분랍부족 마을로 가는데 하나님이 ‘출애굽 시키라’ 하셨어요. 복음을 안 받아들이니 밖으로 데리고 나오라는 뜻이었어요.”

분랍부족 사람들에게 한국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교육의 힘으로 가난했던 한국이 성장한 걸 이야기했다. 이날 사람들은 11명의 아이를 정 선교사에게 맡겼다. 마을에서 나온 아이들은 산토섬 와라타우부족 마을에 지은 학교에 입학했다. 그들은 2018년 세례도 받았다.

“아이들은 16명으로 늘었고 지금도 학교에 다녀요. 이 아이들이 자기 부족을 깨우는 역할을 하도록 사역자로 세우고 싶어요.”

현재 정 선교사는 코로나19로 한국에 있다. 바누아투 질병관리청인 NDMO는 항공편이 막히기 전 외국인들의 철수를 권고했다. 지금도 바누아투 하늘길은 막혀 있다. “태풍으로 학교들이 쓰러졌는데 제가 없으니 복구가 안 되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다시 다니면 학교와 교회부터 재건할 계획입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

바누아투는 어떤 나라…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1922년부터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통치해 1980년 7월 독립했다. 뉴헤브리디스에서 현지어인 바누아투로 국가 이름도 바꿨다. 바누아투는 ‘우리의 토지’라는 뜻이다.”

-자세히 설명한다면?

“인구는 32만여명으로 세계 180위, GDP는 8억5479억 달러로 세계 167위다. 고온다습한 열대기후고 태풍도 자주 온다. 영어, 프랑스와 비슬라마어가 공용어다. 비슬라마어는 영어를 개조한 언어로 멜라네시안족인 솔로몬제도 파푸아뉴기니 바누아투 3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공용어는 있지만 80여개 섬, 100개 부족이 각각의 언어를 사용한다. 100개의 언어가 있다는 뜻이다.”

-눈여겨 볼 문화는?

“정치적 독립은 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는 예속돼 있다. 화이트맨이 경제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화이트맨엔 백인뿐 아니라 우리도 포함된다. 그들은 화이트맨에 대한 동경과 함께 억압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다. 그들을 존중하며 다가가야 한다.”

-바누아투 사역을 생각한다면?

“수도인 빌라와 밀림 속 부족은 언어도 삶도 달라 선교도 분리해야 한다. 부족에게 접근하는 건 쉽지 않다. 교육 받은 해당 부족 현지인과 동역해야 한다. 언어는 영어, 비슬라마어를 배우는 게 좋다. 밀림에만 있으면 영육이 견디기 어렵다. 뉴질랜드나 수도인 빌라 등에 베이스캠프를 두는 게 좋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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