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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썼다만 노리는 자들도 있다… 방역 수기 주의보

개인 정보 담겨 범죄 악용 우려
업주, 일일이 보관·폐기 쉽지않고
감독 손 놓아 유출돼도 속수무책

사진=연합뉴스

서울 구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최모(58)씨는 출입처 수기명부를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카운터 아래 보관 중이다. 대부분은 QR코드 인증이나 안심콜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어르신들이나 휴대전화가 없는 외국인 등은 여전히 수기로 방문 기록을 작성하기 때문에 이들의 방문에 맞춰 꺼내 놓는다. 최씨는 3일 “명부가 꽉 차면 그때마다 손으로 찢어서 쓰레기봉투 깊숙이 버리고 있다”면서 “휴대전화 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누군가 훔쳐갈까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부터 방역 조치가 완화되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됐지만 일종의 ‘방역 족적’인 다중이용시설 방문 기록은 계속 의무화돼있다. QR코드나 안심콜은 4주가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지만 손으로 쓰는 명부는 자영업자들이 기간이 도래하면 일일이 처분해야 한다. 수기명부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관하다가 4주가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업주들도 아직 많다. 서울 관악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명부를 4주 뒤에 폐기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는 줄은 몰랐다”면서 “지역과 전화번호 같은 중요한 개인정보가 들어있어 한 장씩 손으로 찢어서 버렸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탓에 요즘에는 짬이 날 때마다 다른 쓰레기와 섞어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규정상 수기명부 폐기 관련 관리·감독 권한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지자체는 각 업소가 수기명부를 적절한 시기에 폐기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방역 인력이 수천개의 업소를 돌면서 일일이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미 다른 방역업무가 많아 명부 파기 여부를 확인하는 데까지 행정력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니 수기명부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업주가 출입명부에 기록된 전화번호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거나, 제대로 폐기하지 않았다가 외부에 유출돼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명부를 기록하는 손님이 앞서 적혀있는 개인정보를 빼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충남 아산경찰서는 코로나19 수기명부에 적힌 연락처를 통해 여성 손님에게 접촉을 시도한 식당 주인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식당 주인 A씨는 지난 7월 자신의 가게에 방문했던 20대 여성 B씨가 수기명부에 작성한 연락처를 보고 “친구가 되고 싶다”며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 완화로 수기 작성 사례가 늘 경우 수기명부 관리 필요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수기명부를 불가피하게 써야 한다면 개인안심번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안심번호는 숫자 4자리와 한글 2자리로 구성된 총 6자의 고유번호다. 하지만 이 역시 네이버나 카카오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하므로 고령 이용자나 외국인은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필 박장군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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