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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급증, 이제 의미 없다” 영국 봉쇄해제 실험 강행

4만명대 급증에도 봉쇄 완전 해제
전문가들 “처참한 결과 초래할 것”
이스라엘은 마스크 착용 등 강화

영국 런던 시민들이 14일(현지시간) 출근 시간 워털루 지하철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잉글랜드 지역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거리두기 등 모든 코로나19 규제 조치를 해제할 방침이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확진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봉쇄 해제 실험을 강행키로 결정했다. 한달 전 7000명대였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만명대로 치솟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입원 및 사망 가능성이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만2302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신규 확진자 수는 7742명이었지만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한달 만에 4만명을 돌파했다. 6만명대의 확진자가 나오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해 1월 수치에 근접한 것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여름 동안 신규 확진자가 10만명대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염력과 치명력이 더 높다고 평가받는 델타 변이가 7월 초부터 영국 내 신규 확진 사례의 99%를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지만 영국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모두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공공장소 실내 마스크 착용만 ‘권고’ 수준으로 남기면서 코로나19 방역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방역지침을 해제하는 것에 대해 두 가지 근거를 들었다. 먼저 노년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의 9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크게 떨어져 확진자 급증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신규 확진 사례의 대다수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젊은층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은 성인 인구의 66% 이상이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했고, 87%는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또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더라도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하는 겨울보다 여름철에 유행을 겪는 것이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가중되는 재정적·인력적 부담을 줄이는 데 차라리 더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무리한 방식으로 집단면역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지 의사와 과학자 1200여명은 존슨 총리가 ‘자유의 날(freedom day)’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성명을 내고 “총리의 결정은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이다. 범죄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찬드 나그폴 영국의학협회(BMA) 회장도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처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또다른 백신 강국인 이스라엘은 반대로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감염률을 낮추는 데 마스크가 효과적”이라며 “실내 마스크 미착용자를 적극 단속하도록 경찰에 지시하고 위반 시 높은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개하고 국민들에겐 해외여행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발빠르게 백신을 접종하면서 지난달 15일 전 세계에서 최초로 실내 ‘노 마스크’를 발표했지만 델타 변이 확산 우려에 열흘 만에 이를 전면 철회한 바 있다. 베네트 총리는 “백신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성실하고 단호하게 방역지침을 준수한다면 5주 안에 델타 변이를 제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인구 중 약 57%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상태다. 최근에는 면역력이 낮은 시민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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