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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손님이 안 오네요 ㅠㅠ… ‘전기차 시대’ 정비업계 울상

부품, 내연기관 70%… 매출 반토막
차량 장치 단순 큰 고장 거의 없어
본격적 보급 생각하면 살길 막막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모습. 현대차 제공

전기차 시대 전환이 빨라지면서 소상공인 중심으로 이뤄진 민간 차량정비업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매출을 책임졌던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변속기 부품이 전기차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차량정비업소를 운영하는 이모(53)씨는 최근 길거리에 늘어난 전기차를 볼 때면 걱정부터 앞선다. 20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한 달 평균 7000만~8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곤 했지만 전기차가 등장한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이씨는 5일 “10년 넘게 정비업소를 찾던 단골도 2년 전 전기차로 바꾸더니 얼굴 볼 일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차 관리에 관심이 있는 차주들은 종종 워셔액이나 타이어 공기압, 에어컨 필터 교체를 위해 정비업소를 방문하는데 많아야 몇 십만원을 지출하는 게 전부라고 한다. 그는 “전기차는 ‘고장날 곳이 없는 차’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은 전기차 보급 시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2월 확정한 ‘제4차 친환경자동차기본계획(2021∼2025)’에 따르면 2030년까지 친환경차는 785만대가 보급될 예정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흐름에 전기차 출시를 앞다퉈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정비업계 주 수입원이 부품 교환 비용과 수리에 드는 서비스 비용이라는 점이다. 전기차는 공정이 단순한 만큼 들어가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고장 날 확률도 적다는 얘기다. 광진구에서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내연기관차 정비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은 엔진과 변속기, 제동 장치 등 3부분인데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에는 사실상 브레이크같은 제동 장치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회생 제동기술 발달로 브레이크 마모가 기존의 절반 수준이라 교체 주기도 길어졌다고 한다.


민간 정비업체는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권한도 없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전기차는 주로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에서 고장이 발생하는데 직영이 아니면 일반 정비업체에서 코딩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업체에서 정보 공개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시스템상 문제를 직접 인지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스스로 차량을 고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다만 대구에서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전기차도 대중화가 되면 정비 수요도 일정 수준 높아지면서 업체별 정비 매뉴얼이 따로 마련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교육을 통해 전기차 정비 기술도 업계에서 공유되면서 재생산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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