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 시위가 촉발됐던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또다시 흑인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경찰관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연일 시위가 이어지면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칫 제2의 대규모 인종차별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은 12일(현지시간) 팀 개넌 미네소타주 브루클린센터경찰(BCPD) 서장이 “경찰관이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대신 권총을 흑인에게 발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흑인 청년 단테 라이트(20)는 지난 11일 여자친구와 함께 형의 집으로 차를 타고 가다 만료된 번호판을 달았다는 이유로 경찰 단속을 받았다. 경찰은 라이트가 다시 차에 타는 동안 집행되지 않은 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체포해 수갑을 채우려는 과정에서 총성이 나왔다.
경찰이 공개한 보디 카메라에는 당시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경찰관 2명이 라이트에게 수갑을 채우려는 사이 다른 여성 경찰관이 라이트에게 ‘테이저’라며 수차례 위협했다. 이 여성 경찰관은 잠시 후 “젠장 내가 그를 쐈어”라고 외쳤다. 총에 맞은 채 차에 탄 라이트는 몇 개 블록을 도주하다 다른 차를 들이받고 숨졌다. 개넌 서장은 “우발적인 발포가 라이트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해명에 유가족들은 분노했다. 라이트의 고모 나이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찰관이 장전된 권총과 테이저건을 구분하지 못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미네소타 지역언론은 “라이트를 쏜 여성 경찰관은 26년 경력의 베테랑”이라며 신원을 공개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라이트는 2년 전 학습장애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2살 아들을 키우기 위해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 흑인이 또 경찰에 의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격렬한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시위대 100여명은 경찰에 돌을 던지고 주변 상점을 약탈했다. 주도(州都)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등에는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경찰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하고 시위대가 콘크리트 등으로 대응하면서 인근 상가 최소 20여곳이 피해를 입었다.
시위대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P는 지난해 5월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1주기와 1심 판결이 맞물리면 흑인사회의 분노가 더 크게 분출될 수 있다고 봤다. 미니애폴리스 인근 지방법원에서는 지난해 5월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전직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WP는 “지역사회에서는 쇼빈에게 무죄가 선고되거나 형량이 낮을 경우 평화를 유지하기 힘들 거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무부에 ‘다양성 책임자(CDO)’ 직을 신설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흑인 여성인 지나 애버크롬비-윈스턴리 전 주몰타 대사를 CDO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인종차별을 고치기 위해 고위직을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전국적인 인종차별 시위 이후 다양성과 형평성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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