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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물 사랑 기후 행동


3월 22일은 물의 날이다. 우리에게 물은 어떤 의미일까. 생애 처음 만나는 어머니 배 속의 양수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는 게 물이다. 우리 몸과 지구 안에서 시시때때로 우리의 필요를 채워준다. 태초에 가장 먼저 언급된 것도 물이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창 1:2)던 때였다. 이때의 물은 생명을 불어넣는 거룩한 하나님의 기운이라 할 수 있다.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이 돼 흐르며 사해의 물을 단물로 바꾸고 만나는 곳마다 생명이 모두 살아난 것처럼 말이다.(겔 47:29)

지구 사진을 보면 육지보다 바다의 면적이 훨씬 넓다. 지구의 물은 97%가 바닷물이고 3%만 담수다. 담수의 6분의 5, 물 전체의 2.5%가 빙하다. 전 세계 76억 인구가 살기 위해 의존하는 것은 빗물 지하수 호수 강으로 이뤄진 0.5%의 담수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서도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인 것은 수돗물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사용하는 수돗물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물이다. 이 물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매년 수돗물 관리에 15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쓰지만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이는 드물다. 적잖은 이들이 수돗물 대신 정수기와 생수를 이용하는데, 이로 인해 추가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 또한 상당하다.

하루 물 섭취 권장량(2ℓ)으로 보면, 페트병에 든 생수와 정수기 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수돗물보다 수십 배에서 수천 배나 많다.(수돗물 0.512g, 생수 238~271g, 정수기 171~677g) 생수를 담았던 폐페트병은 고품질로 재활용하기 어려운데도 1년에 30만t 가까이 배출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은 식수와 생활용수보다 에너지 생산에 더 많이 쓰이는데,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물이 상당하다. 물의 남용은 고스란히 기후위기 문제로 연결된다. 물 1t을 취수해 가정으로 공급하는 데 약 0.5㎾h의 전기가 사용된다. 그만큼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화력발전소에서는 초당 약 35t,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초당 약 50t의 물을 냉각수로 써야 한다. 화력발전의 원료인 원유와 가스의 채굴 과정에는 초당 265ℓ의 물이 사용된다. 물 부족이 초래할 에너지 위기 또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세계은행이 2035년까지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35% 증가하고, 에너지 관련 물 소비는 85% 증가할 것이라고 한 것도 이 같은 염려 때문일 것이다.

지구가 더워지면 빙하가 녹아 물이 더 많아질 것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물의 순환 주기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순환 주기가 빨라진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많은 물이 증발해 가뭄을 일으키거나 땅으로 내려와 홍수를 일으키는 현상이 잦아진다. 우리는 이미 홍수와 가뭄이 잦아져 안정적인 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속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빙하가 녹아 물이 많아지면 해수면이 상승한다. 일부 섬나라는 수몰 위기에 처해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물은 하나님이 거저 주신 선물이다. 모두 자기가 누릴 몫을 가지고 태어난다. 단 한 생명의 권리도 빼앗을 자격이 우리에겐 없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이라면 기후변화와 물의 위기로 빼앗긴 약자의 권리를 되찾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

올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강가나 바닷가 등 물가를 찾아가 내딛는 걸음마다 기도하는 마음을 실어보면 어떨까. 내딛는 걸음마다 물을 바라보며 새 마음과 새 기도를 하나님께 올려보자. 그러면 맘껏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사회, 물의 순환을 가로막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기후위기 너머의 지구복원을 이루게 하는 물 사랑의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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