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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종인 체제’만 고집 말고 원점서 재논의하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출범을 둘러싸고 미래통합당이 수습은커녕 당권을 놓고 이토록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런 행태를 보면 당의 미래는 뻔하고 사실상 존재의 의미 자체가 없어 보인다. 통합당은 28일 전국위원회에서 김 위원장 체제를 가결했지만, 직전에 열릴 예정이던 상임전국위원회는 중진들의 비협조로 정족수가 미달돼 회의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오는 8월 전당대회의 시한을 늦추지 못하자 김 위원장이 임기가 짧다며 자리를 내던졌다. 그렇지 않아도 총선을 지휘했던 패장인 김 위원장이 당의 간판이 되는 게 시대정신에 부합하느냐는 논란이 많았는데, 혼란이 가중되면서 더더욱 명분을 잃게 됐다.

기존 지도부가 29일 다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다고 해도 상처받은 리더십으로 당이 온전히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통합당 청년비대위를 비롯해 당 내부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왜 제1야당이 ‘패배한 선거 기술자’에게 쩔쩔매면서 끌려다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한번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김종인 체제를 고집하지 말고 지도체제를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

통합당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의원 103명 중 초선은 절반 이상인 58명이다.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현 지도부나, 당권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중진들은 배제하고 초선 중심의 신진 그룹으로 지도부를 구성해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서둘러 새 원내대표를 뽑고, 새 원내대표와 신진 그룹이 중심이 돼 당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중진들이 또 딴지를 놓아선 안 된다. 총선에서 버림받을 정도의 참패를 당했으면 책임을 지는 중진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반성은 하지 않고 당권만 노려 당을 혼란에 빠뜨린다면 정치가 아니라 몰염치다. 통합당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지도부 공백 상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새롭고 젊은 보수를 기치로 당 재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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