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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성범죄는 인격살인… 양형기준 대폭 강화해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n번방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논의를 새로 시작했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다. n번방은 지난달 국민일보가 보도한 기획시리즈 ‘성착취 텔레그램 n번방 추적기’를 통해 본격 알려졌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대상으로 불법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팔아 억대의 수익을 챙겨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지만 음지로 숨어들어 더욱 은밀하게 확산됐다. 잘 잡히지도 않고, 설령 잡혀도 처벌을 강하게 받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결국 법원의 양형기준이 문제였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적용받는 조항은 청소년성보호법 11조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 영리 목적의 판매는 10년 이하의 징역, 배포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청소년성보호법 11조 위반으로 실형을 받은 건은 12%에 불과하다. 88%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국민의 법 감정과 크게 차이 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양형위가 새 기준 마련에 나선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특성상 범행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동영상이 빠르게 퍼지면서 2차, 3차 피해가 일어나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인격살인이다. 양형위는 이번 기회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대폭 강화된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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