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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심 읽고 정치 개혁을 ②] 무너진 보수, 사람·지향·정치행태 다 바꿔야

수구 꼴통 이미지와 탄핵 잔재 때문에 중도층이 철저히 외면한 점 반성해야

4·15 총선에서 국민은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 세력에 레드카드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현 보수 진영 리더들과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 또 반대만을 일삼는 정치 행태를 완강히 거부한다는 게 다수 유권자의 표심이었다. 그동안 이념적 편 가르기의 떡고물만 누려 왔던 보수가 앞으로는 그런 안일한 생존 전략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혁신으로 환골탈태하라고 호되게 채찍질을 한 것이다.

보수 세력이 새롭게 변화하려면 우선 사람부터 교체해야 한다. 그게 성찰의 출발선이어야 한다. 통합당의 현 지도부에는 합리적 보수 또는 보수의 품격을 갖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극우의 스피커를 자처하거나, 진영 대결에만 능한 인사들이 잔뜩 포진돼 있다. 지도부부터 리더로서의 품격이 없으니 ‘막말 제조기’들이 버젓이 공천되고, 세대 폄하 발언이 나오고, 사천(私薦)과 공천 뒤집기 같은 꼴불견이 자행된 것이다.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든, 조기 전당대회를 하든 큰 폭의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보수 세력도 존경할 만하구나’하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품격 있는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

보수 세력이 수권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중도로의 확장성을 갖추는 일도 급선무다.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보수 세력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지만,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국민 대다수의 눈에는 통합당에서 여전히 태극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그림자만 크게 보였을 뿐이다. 보수가 통합했다지만 ‘도로 새누리당’에 그쳤고 ‘새로운 보수’도 공수표에 불과하니 중도층이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통합당이 거듭나기 위해선 이념적 스펙트럼을 더 넓히고 지향하는 가치도 더 유연해져야 한다. 정치적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서 방해가 된다면 극우 세력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현 보수 세력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반대만 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실제 통합당은 코로나19 전쟁 와중에 사태 수습보다는 정부 흠집내기에 급급했고,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서도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키웠다. 반대만 하는 역할에 익숙한 탓인지 눈에 띄는 총선 공약도 없었다. 한마디로 실력은 없이 목소리로만 정치하려 했던 게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보수가 이제부터라도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자기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대안도 제시할 수 있는 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제아무리 거대한 정권이라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보수가 실력 있는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 있을 때 중도층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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