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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치 바꾸는 유권자의 힘 ②] 후보들 대충 찍으면 나라도 대충 굴러간다

양극단 대신 열린 사고 가진 후보 절실… 합리적 토론 가능하고 소통도 잘 해야

여야의 21대 총선 공천은 오만함 그 자체였다. 유권자들을 눈뜬장님 취급했다. 문제투성이 인사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용했고, 상대 진영을 후벼 파는 데에만 능한 싸움닭들을 앞다퉈 공천하기도 했다. 향후 의정활동 능력보다는 후보 이미지가 득표에 도움된다며 데려온 ‘묻지마 영입’도 많았다. 또 여성이나 청년층은 여전히 소외된 공천이었다. 하지만 유권자는 정당이 낸 후보를 무조건 찍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을 소중한 시간이 이제 유권자들 앞에 다가왔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극심한 이념 갈등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가 폭발하기 직전까지 왔다. 특히 꼴보수, 꼴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그런 편 가르기에 앞장섰다. 하지만 사회는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의 가치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사회를 변화시킬 진보적 생각의 틀도 필요하고, 너무 급한 변혁이 가져올 부작용을 견제할 보수의 안정감도 없어선 안 된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는 그런 공존의 가치를 인정하는 정치인들을 많이 뽑아야 한다. 균형 감각이 있고 다름을 용인할 줄 아는 열린 진보, 열린 보수 정치인들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반대로 상대를 배척하고 깎아내리려고 하거나 독한 말로 정파적 이익만 추구하려는 후보들은 퇴장시켜야 한다. 진보나 보수의 가치를 실천할 콘텐츠는 없으면서 진영 간 싸움만 부추겨 존재감을 유지하는 입진보, 입보수들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양극단의 정치꾼들을 또다시 국회에 보낼 수 없다.

실행 가능성보다는 당장 인기에만 영합한 공약을 내놓는 포퓰리스트들도 솎아내야 한다. 지역구 표 관리만 열심이고 중앙 정치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 정치인들도 다시 뽑아선 안 된다.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고, 국민이나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정치인들도 많아져야 한다. 상대당과 싸움할 시간에 민식이법 하준이법 윤창호법 등을 만들 수 있는, 국민의 가려운 곳을 먼저 찾아 긁어줄 수 있는 의원들도 늘어나야 한다.

후보가 좋은지 나쁜지 판별하려면 유권자들이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지연이나 학연, 개인적 인연 때문에 무작정 찍지 말고, 후보의 이력과 과거 발언, 사회활동, 주변 평가 등에 대해 꼼꼼히 살펴본 뒤 진짜 실력을 갖춘 이를 골라내야 한다. 자화자찬만 가득한 선거 공보물만 볼 게 아니라 포털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적극적으로 면면을 뒤져봐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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