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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의 입국 제한, 국내 정치용 아닌가

코로나 진정되는 이웃에 석연찮은 뒷북 규제… 미국 확산 차단해야

일본 정부가 한국인의 입국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9일부터 한국발 입국자들에 대해 2주간 지정 장소에 대기토록 했고,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도 중단시켰다. 일본 관광 여행이 사실상 차단되고 업무 출장도 상당한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사실상 입국 금지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다.

방역과 관련한 조치는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주권 사항이다. 하지만 일본의 조치는 한 박자 늦은 데다 일본 국내의 코로나19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나와 배경이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감소하고 있다”며 고무적인 조짐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한국과 더불어 입국 규제를 받게 된 중국은 신규 확진자가 현저하게 줄었다. 외신들은 한국의 확진자 수가 많지만 이는 검사를 받은 표본의 수가 일본과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은 과연 우리만큼 투명한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청와대는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한 맞대응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외교장관은 일본 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연간 800만명이 넘는 인적 교류가 이뤄지는 이웃 국가에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입국 규제를 취한 데에 엄중 항의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감정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한국인의 입국을 규제하는 국가가 100여개국에 이른 마당에 일본만 집중 비난한다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입증되지 않은 설익은 관측이나 주장을 내세워 상대를 비방하는 것도 실익이 적다.

정부가 서둘러야 할 것은 국민들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로 실물경제는 이미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출입국 제한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관광이나 항공 같은 경제 부문의 충격을 완화하고 수출 중소기업이 한계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조치가 파급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모아야 할 때다. 특히 경제 의존도가 높고 상징성이 큰 미국이 유사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다양한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번 조치를 재고하기 바란다. 일본과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역전되면 입국 규제는 제 발등을 찍는 도끼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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