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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천지 교주 기자회견, 변명과 책임 회피만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일 4000명을 돌파했다. 3000명을 넘은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사태가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신천지의 비협조다. 신천지 대구시설 관련 확진자는 2000명을 넘어섰고, 전체 확진자 가운데 신천지 신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60% 안팎에 달한다. 신천지가 처음부터 모든 걸 있는 그대로 공개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거다.

신천지는 “방역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모든 신도 명단과 소유 시설 목록을 정부에 제공하지 않았다. 시설과 신도 수를 축소하는 등 숨기기에 바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천지가 숨긴 시설과 신도를 찾느라 방역에 투입해도 모자랄 행정력을 허비했다. 심지어 정부와 지자체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비이성적·비상식적 행동을 취하는 신도들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천지 측은 “우리가 최대 피해자”라며 피해자 코스프레에 몰두하고 있다. 오죽하면 신천지 관련 언급을 삼갔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까지 “신천지 측에 엄중히 요청한다. 허위보고나 비협조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겠는가.

‘숨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들 주장대로 피해자가 맞는다면 정부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뿌리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숨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족과의 연락마저 끊고 잠적한 일부 신도의 일탈 행위에 신천지 측의 회유나 묵시적 압력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 거짓 정보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이만희 교주를 비롯한 신천지 지도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교주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그는 “사죄한다”면서도 “누구의 잘잘못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고 사족을 달았다. 진심으로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사족을 달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거짓과 축소로 일관한 신천지 측의 행태로 미루어 “힘닿는 데까지 정부에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이 교주의 말도 믿을 수 없다. 교언영색으로는 신천지를 향한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신천지와 관련된 만큼 신천지가 소유 시설을 신천지 소속 무증상 경증 환자들의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고 그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에 대한 신천지의 최소한의 도리라는 거다. 대다수 국민의 생각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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