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고 역풍 우려에도…결국 비례민주당?

총선 50일도 안 남은 상황서 당 안팎 연일 불가피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비례민주당’ 창당 논의가 끊이지 않으면서 당 내부에서는 가부간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명분과 실리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당 지도부는 공식적인 논의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결국엔 민주당이 당내 청년조직 활용 또는 원외 인사들의 창당을 통해 비례정당을 만드는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 의원들은 역풍이 불까 우려하면서도 미래한국당이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할 가능성에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만들면서 선거법 취지가 훼손된 현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작업까지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우리는 지금 원내 1당을 뺏기면 안 된다. 국회의장부터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너무 많다”며 “원내 1당을 뺏길 경우 문재인정부는 바로 레임덕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현재 의석수(79석)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비례정당 창당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경기 화성을에 지역구를 둔 이원욱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하고 명분보다 실리를 챙겨야 한다”며 “비례정당을 만들어도 원내 1당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에서 정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지금 우리 지역구에서는 미래통합당이 되는 분위기가 강하다. 비례정당 창당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정작 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는 거리를 둔 상황이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우리 상황이 워낙 심각하지만 당에서 논의한 적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 밖에서 (비례정당을) 만드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가시화하면 그 영향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비례정당 창당 시기는 빠듯하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 개시일(3월 26일) 10일 전까지 후보자 추천 절차의 구체적 사항을 정한 당헌·당규 등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늦어도 다음 달 16일까지는 창당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20일이 채 남지 않은 셈이다.

당 내에선 ‘이미 늦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상호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리적으로 창당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을 하려면 후보 공모,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2주가 걸린다. 최소한 지난 21일에는 창당준비위원회 발족 등 가시화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도 “우리가 실제로 창당 작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비례의석수 확대를 기대하고 있던 정의당은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 경우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정의당으로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래한국당보다 ‘비례민주당’에 정의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코로나19·비례정당 대응을 위한 대표단·의원단·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미래한국당 꼼수에 똑같은 꼼수로 대응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반개혁 수구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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