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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면접·시험 잇단 취소… 코로나 공포에 취업시장도 ‘꽁꽁’

토익 취소·연기 수험생 평소 2.5배… 기업들 “환자 발생 걱정” 시험 미뤄

토익(TOEIC) 시험이 진행된 9일 서울 마포구 성산중 토익시험장에서 진행요원이 수험생에게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한국토익위원회는 37.5도 이상 발열자의 입실을 통제하고 시험 연기와 환불 조치를 하는 한편 수험생에게는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제공했다. 이병주 기자

“면접관님, 마스크 쓰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잘 안 들릴 수 있으니까 목소리를 크게 해주셔야 합니다.”

취업준비생 이모(25)씨는 지난주 수도권의 한 제조업체 면접전형에 참석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면접이었지만 유일하게 다른 점은 면접관과 지원자 모두 흰색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점. 이씨는 “목소리가 작은 지원자의 경우 마스크에 목소리가 묻혀 면접관이 몇 차례 되묻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가 이어지면서 취업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격증 시험이나 면접전형 등은 응시자가 두드러지게 줄어들고 있다. 항공업 등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스스로 채용 전형이나 각종 인턴십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도 나온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자격증 시험장에는 벌써부터 시험 연기와 결시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 9일 토익(TOEIC) 시험이 치러진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교에는 평소보다 확연히 적은 수험생들이 입장했다. 관계자들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체온을 재거나 손소독제를 사용한 뒤 입장을 허락했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평소보다 확연히 응시자가 적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이모(30)씨는 “평소 토익 시험을 보면 교실 10개 정도가 가득 차는데 오늘은 시험장이 5개밖에 운영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시험을 보지 않으면 상반기 취업시즌을 통째로 놓치게 돼 마스크를 쓰고 문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한국토익위원회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시험장의 특성상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번 시험에 한해 이례적으로 시험 연기 신청을 받았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시험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수험생은 전체의 25% 수준으로 평소의 2.5배”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열린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접수자 17만5000여명 중 5만5000여명이 접수를 취소하거나 시험장에 오지 않아 결시율이 32%에 달했다.

항공사 등 신종 코로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에서는 인턴십 등의 기회도 대폭 줄이는 모양새다.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외국계 항공사는 최근 항공기 조종사 인턴십 모집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농협은행 등은 필기시험 등을 연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확진자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는 마당에 혹여 확진자가 시험을 치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회사 이미지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도 든다”면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일단 사태를 관망해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점차 채용 일정을 미루는 곳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장 노량진 학원가는 ‘3월 공무원시험이 연기 수순’이라는 뜬소문이 떠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감염을 조심하긴 해야겠지만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지역사회 내 감염은 일어나지 않았고 사례 역시 확인되지 않아 근거없는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시험이나 채용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예방 조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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