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개별관광 제안에 북한이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 남북 당국 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6일 “개별관광 제의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달 정부에 ‘기다려 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직간접적인 통로들을 활용해 이런 뜻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을 만들겠다며 개별관광 카드를 제시했다.
실제 북한은 개별관광 카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개별관광 제안이 나온 이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한 대남 비난은 두 건에 불과하다. 개별관광에 관한 반대 입장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대남 비난에 열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광사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개별관광 제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강산관광지구에 설치된 남측 시설의 전면 철수를 지시하면서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는 개별관광 방식으로 국내에서 곧바로 방북하는 것과 제3국을 통한 북한 관광, 외국인을 상대로 한 남북 연계관광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남북 당국 간 개별관광 논의 역시 잠정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신종 코로나 차단을 ‘국가 존망’에 관한 문제로 규정하고 바이러스 유입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기술 수준이 떨어지고 약품도 부족해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때문이다. 주된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금지할 정도로 북한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어야 남북 간 개별관광 논의도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오는 14~16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에 김선경 외무성 부상의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혹은 남·북·미 간 접촉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불참 이유가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 때문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로를 폐쇄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달 31일부터 국외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국제항공과 열차, 선박의 운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나 남·북·미 외교 당국 간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됐었다. 특히 최근 북한이 대남 문제를 담당했던 리선권을 외무상에 전격적으로 기용한 이후여서 대내외 외교전략 변화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손재호 이상헌 최승욱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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