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4대 명문으로 꼽히는 상하이 푸단대학이 학칙에서 ‘학문의 독립’과 ‘사상의 자유’ 원칙을 빼고 ‘시진핑(習近平) 사상’을 집어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학내 자치를 이뤄 나간다는 문구도 빠지고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대체됐다. 교수와 학생들은 교육 당국이 푸단대학을 공산당 학교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당국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제하며 비판 여론 차단에 나섰다.
19일 홍콩 명보와 영국 BBC 중문판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지난 2일 푸단대학의 학칙 개정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공문서를 발송했다. 교육부는 “심사 결과 푸단대학의 개정 학칙은 ‘중화인민공화국 고등교육법’과 ‘고등학문기관 학칙 제정 관련 잠정 조치’에 부합한다”며 “귀교는 개정 학칙을 인쇄해 학내와 사회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이 공문서와 함께 개정 학칙을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바뀐 학칙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 전 학칙에 있었던 ‘자유’ ‘독립’ 등의 표현이 대거 삭제되고 공산당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개정 전 학칙 서문에는 “창학 이념은 교가에 나타나 있듯이 학문의 독립과 사상의 자유”라는 문구가 있었다. 개정을 거친 학칙에서는 이 문장이 빠지고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견지하고 당의 교육 방침을 전면적으로 관철한다”로 대체됐다.
대학 자치도 축소됐다. 개정 전 학칙 9조는 “학교는 중국 공산당 푸단대학 위원회의 영도에 따라 학교장이 책임을 진다”고 규정했었다. 이 조항은 “당 위원회는 대학 전체의 핵심 지도부로서 학내 사업을 전면적으로 영도한다”로 바뀌었다. 학교장의 권한과 관련해서는 “(당 위원회는) 학교장이 법에 따라 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만 했다. 또 “시진핑 신시대 사회주의 사상으로 교직원의 두뇌를 무장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푸단대학은 청나라 때인 1905년 설립된 유서 깊은 학교로 개방적인 학풍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학 구성원들은 교육 당국이 학교의 자유사상 전통을 해치려 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학칙 개정을 요청한 자들에게 감히 묻건대 무슨 낯으로 푸단대학 선배들을 보겠느냐”는 의견이 올라왔다. 학생들이 캠퍼스 안에서 ‘학문의 독립’ ‘사상의 자유’ 문구가 들어간 교가를 부르는 동영상이 한때 소셜미디어에 퍼졌으나 모두 차단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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