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규제 이분법 탈피, 합리적 조정으로 성장 뒷받침해야”

Է:2019-12-1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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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닌 ‘현실’ 성장 필요하다] ③ 혁신이 현실로 이어지려면


혁신성장이 현실성장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혁신과 현실 사이에서 규제는 ‘촉매’가 되기도, ‘장벽’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관건은 방법이다. 새로운 변화가 기존 사회·체계·시장과 충돌할 때 갈등을 어떻게 풀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혁신의 대척점에 규제가 있다는 이분법 접근은 위험하다고 꼬집는다. 혁신을 위해 규제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시각을 지양하라는 지적이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가 따라 잡을 수 있는 수준 등을 검토해 합리적으로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일보는 전문가 5명에게 혁신이 현실로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었다. 이들은 혁신이라고 하면 무조건 규제를 다 없애야 하는 게 아니라고 봤다. 한국에서 혁신은 법망 피해 가기, 기존 시장 뺏기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12일 규제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강조했다. 구 부장은 “규제 완화라고 하면 모든 규제를 없애라는 말로 들린다. 규제는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측면은 사회를 보호하는 안전에 대한 기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 관련 기능이 새로운 기술로 극복 가능하다면 규제를 조정하거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규제는 완화가 아니라 합리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구 부장은 ‘포용적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의 또 다른 이름은 파괴”라며 포용적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현재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 업종 등에서 기존 사업자들은 영세한 경우가 많다. 이런 계층을 그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낙오자로 치부해선 안 된다. 보호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는 최소한의 ‘사회적 규칙’을 지키고 혁신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새로운 산업의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 다만 기존의 사회적 틀에 대한 존중과 절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틀이 ‘장애물 규제’는 아니다. 영업권, 재산권, 노동자 권리 등은 인간 존엄성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이것을 스타트업들이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어겨도 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규제는 사회를 보호하는 틀이다. 많은 소비자들의 후생이 증대된다고 해서 일부의 기본적 헌법 권리가 침해 받는다면 바람직한 규제 완화가 아니며, 혁신이 아니다”고 했다. 인간에 대한 권리인 ’사회적 약속’은 지키면서 혁신과 효율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혁신이 생산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진정한 ‘혁신’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모두가 인정할 만한 혁신 기술과 상품이 법에 막혀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면 사회 구성원들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혁신 사업들은 대부분 서비스 업종에서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거나 남의 시장을 빼앗아 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술 혁신보다 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등이 많지도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과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유 팀장은 “혁신의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이 같은 서비스 혁신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가. 기술 혁신과 서비스 혁신 등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규제 합리화가 중요하다. 적정한 선을 정해야 하는데 경제적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이어 “규제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비용이 존재한다. 거기서 나오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고 합리적으로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혁신하려면 규제를 다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아니다”며 “경제적인 원칙을 따진 후 규제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규제라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혁신에 따른 피해는 정부가 별도의 보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혁신을 도와주는 것, 혁신에 따라 변하는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을 돕는 것 모두 정부 역할”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있다면, 혁신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을 판단할 기관도 필요하다. 규제 합리성을 판단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혁신성장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전문가들은 ‘투 트랙’을 언급했다. 제조업에서 신산업으로 몽땅 옮겨 가는 게 아니라 두 산업 모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구 부장은 “기존 제조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넘어가기보다 전통적 제조업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주력 산업들도 신기술을 도입하면 사회 변화에 적응해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과거에 있던 걸 고도화하고, 새로운 산업도 같이 키워 나가는 게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유 팀장은 “제조업은 우리가 계속 가져가야 할 자산”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됐다. 전통 제조업에 기술적 변화, 사업성 변화를 도입한 후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그 자체가 혁신”이라며 “혁신이 산업구조 변화라는 건 잘못된 접근법이다. 기존의 것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이종선 전성필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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