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현재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한국 여성에게서 발생빈도는 물론 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암이자, 진단부터 사망까지 의료비가 가장 많이 드는 암이다. 한국유방암백서를 보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4%에 이른다.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이 유방암 증가를 부추기는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손으로 만져지는 유방 속 종물(멍울)이다. 약 20%가 악성종양으로 판명되고 있다.
아주대병원 유방외과 정용식 교수는 15일 “특히 50세 이상 폐경 후 여성에게 멍울이 나타났다면 유방암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유두에서 핏빛 분비물이 비칠 때도 마찬가지”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 교수의 도움말로 유방암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진실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정 교수는 1994년 아주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병원에서 유방외과 전공의과정을 마쳤다. 이후 아주의대 외과학교실 임상강사를 거쳐 2004년부터 유방외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유방외과 과장과 유방암센터 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다. 정 교수는 최소침습(최소상처) 유방암 수술 및 유방종양 성형수술 전문가다. 최근 15년간 4000여 회의 유방암 수술을 포함해 모두 6000회 이상의 유방수술을 이끌었다. 그만큼 수술 경험이 풍부해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외적으로도 한국유방암학회 편집이사,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브레스트 캔서'(JBC) 편집장을 맡는 등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Q. 멍울보다 유두 분비물이 더 심각한 문제다?
A. 오해다. 두 증상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 유두 분비물 중에는 특히 한쪽 유방의 유두에 비치는 혈성(핏빛) 분비물을 경계해야 한다. 유방암세포가 흘리는 분비물일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발견 즉시 병원을 방문, 유방외과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한다.
가슴의 멍울은 모양과 성상이 중요하다. 가장 주의해야 할 이상 증상은 손으로 만져볼 때 호두처럼 둥근 모양에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느껴지면서 주위 조직에 들러붙어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다. 유방암일 가능성이 높다.
Q.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유방암에 걸린다? X-선을 찍거나 가슴을 누르면 암이 생긴다?
A. 이 역시 오해다. 브래지어의 압박이 가슴께 림프순환을 막아서 전반적으로 몸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암에 걸리게 된다는 주장은 억측이다. 혹시 혈액순환을 방해해 문제가 된다 해도 조금 여유 있는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수면 시 풀고 자는 것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X선 촬영 검사 때 가슴이 눌리는 것도 방사선 노출과 더불어 암세포가 퍼지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잘못된 믿음이다. 흉부 X선 촬영은 암세포 전이와 큰 상관이 없다. 가슴을 압박하는 촬영법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되레 유방암의 조기발견 및 예방을 위해 40세 이후 정기 유방X선 촬영검사가 적극 권장되고 있다.
Q. 유방이 찌릿찌릿 아프면 암을 의심해라?
A. 그렇지 않다. 유방암은 통증 등의 이상 증상으로 발견하게 되는 경우보다 자가 검진 또는 유방X선 촬영 정기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대부분의 유방암은 멍울과 혈성(血性) 유두 분비물 외에 뚜렷한 이상 증상이 없다. 유방에서 만져지는 멍울로 발견되는 경우가 30% 정도이고, 통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약 10%밖에 안 된다.
Q. 치밀 유방은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A. 맞다. 유방은 실질조직과 지방조직으로 나뉘는데, 치밀 유방이란 실질조직이 더 많은 경우를 말한다. 나이가 들면 실질조직이 줄고 지방이 많아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은 서양인과 달리 나이가 들어도 젊을 때의 치밀 유방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치밀 유방은 암 검진 시 X선 영상에서도 암 조직처럼 하얗게 보여서 더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40세 이상 여성으로 치밀 유방에 해당될 경우 유방X선 촬영을 한 뒤 유방초음파 검사를 추가하는 이유다. 초음파 영상에선 치밀 유방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혹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Q. 유방이 클수록 유방암 위험도 커진다?
A. 사실이 아니다. 한국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방이 큰 서구 여성이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것은 다분히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폐경 후 비만이 유방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은 유방암뿐 아니라 대장암 등 다른 암과 심장질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유방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균형 있는 식이조절과 함께 매일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함으로써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유방 크기를 줄이려는 노력보다 더 중요하다.
Q. 콩이 유방암 발생을 낮춘다?
A. 식물성 여성호르몬이 풍부한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콩은 석류와 더불어 식물성 여성호르몬(아이소플라본)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어떤 연구에선 되레 유방암 발생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유방암 전문가들도 유방암 예방 목적으로 너무 많은 콩류 섭취, 특히 콩 분말 보조제나 정제 섭취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Q. 유방암은 유전된다?
A. 일부 유방암이 유전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유방암이 대물림되는 것은 아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의 5~10%에 불과하다. 따라서 모든 유방암 환자나 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유전성일 가능성이 높을 때는 ▲유방암 환자 가족에게 또 유방암이 생긴 경우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생겼다거나 ▲난소암을 동반한 경우, ▲유방암이 양쪽 가슴에 모두 생긴 경우, ▲남자인데 유방암에 걸린 경우 등이다. 이때는 환자는 물론 가족 전체가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한다.
Q. 유방암은 여성암이다. 남성은 안 걸린다?
A. 그렇지 않다. 남성이라고 유방암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유방암은 주로 여성에게 생기는 암이긴 하지만, 남성에게도 생길 수 있다. 남성 역시 여성처럼 유선(젖샘) 조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퇴화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을 뿐이다.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 유방암 환자가 2010년 이후 매년 60~70명씩 새로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6년의 경우 92명의 남성이 유방암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의 증가와 남성 호르몬의 감소, 유전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주로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발생한다. 2016년 한 해 동안 진단된 환자 92명 중 61.6%를 60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했을 정도다. 이어 50대가 23%로 2위에 올랐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