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환자 2명이 흑사병(페스트)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흑사병은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이다.
중국 언론들은 13일 서우두의과대학 부속 차오양병원에서 전날 밤 환자 2명이 ‘폐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차오양구 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네이멍구 측과 공동명의로 긴급 성명을 내고 흑사병 확진 사실을 공개했다. 환자들은 네이멍구자치구 시런궈러맹 출신으로 지난 3일 병원으로 이송돼 전문가 진단을 거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확진 판정 이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의료 당국은 현재 환자들을 격리한 뒤 전염을 막기 위한 통제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오후부터 ‘특별상황’에 따라 응급실을 폐쇄했다”며 “확진 환자 감염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3~5일 차오양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고열·기침 등의 증세가 있는 주민이나 지난 열흘 안에 네이멍구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뒤 같은 증세가 있는 주민은 즉각 자체 격리 뒤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도 이날 교민들에게 흑사병 환자 발생 사실을 전하며 중국에 체류·방문하는 한국 국민들에게 감염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흑사병 확진 판정 소식이 알려지자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SNS에는 불안한 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흑사병 환자들은 병원 응급실을 통해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흑사병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확진 판정까지 열흘 가까이 시간이 걸린 것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흑사병은 2012년 마다가스카르에서 총 256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고, 이 중 60명이 목숨을 잃어 세계 최대 사망자 숫자를 기록했다. 2017년에도 마다가스카르에서는 흑사병으로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서도 2015년 흑사병이 확산돼 그해 8월까지 감염된 환자 11명 가운데 3명이 숨졌다. 중국에서도 2009년 이후 흑사병으로 1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위생건강위원회는 “베이징이 흑사병의 자연 발생지가 아니지만 진입 및 전파 위험이 존재한다”며 “당국은 수년간 쥐의 전염병 모니터링을 실시했으며 페스트균을 갖고 있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흑사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30~100%가 사망한다”며 “잠복기는 대개 1~6일이며 경우에 따라 8~9일에 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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