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진희(48·사진)에게 ‘60일, 지정생존자’(tvN)는 남달랐다.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드라마이면서 세는나이로 40대를 갈무리하는 작품이었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지진희는 “10년을 나아갈 힘과 희망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했다.
드라마는 최근 정치극 부진 속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일 최종회에서는 6.2%(닐슨코리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진희는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원치 않게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환경부 장관 박무진 역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며 흥행을 이끌었다.
시청자를 특히 사로잡은 건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대로 국가적 위기를 풀어가는 모습이었다. 지진희는 박무진에 대해 “나와 닮은 부분들에 많은 공감이 됐다”고 했다.
“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압박감을 박무진은 원칙과 데이터로 버텨내요. 솔직하고 원칙주의자인 그런 모습들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구두랑 정장을 불편해하는 것도요(웃음).”
극은 청와대에 테러 공모자가 있음을 알게 된 박무진이 결국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며 끝맺는다. 지진희는 “원래 ‘대통령 박무진입니다’로 끝나는 결말을 상상했는데, 욕심이었다”며 웃었다.
극은 미국 드라마를 로컬화한 작품이다. 박무진의 모티브는 원작이 아닌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임기 전후 사진에서 얻었다. 스트레스를 표현하고자 계속 살을 뺐다고 한다.
“오바마 퇴임 후를 보니 흰머리도 늘고 많이 늙었더라고요. 저도 후반부에는 메이크업으로 주름도 짙게 하고, 피부도 그을렸어요. 나중엔 바지에 주먹 하나가 들어가더라고요.”
지진희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도 유명하다. “건강한 정신과 육체”로 오래 연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 그가 꿈꾸는 앞으로의 연기는 어떤 걸까. 멜로를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애인있어요’(2015), ‘미스티’(2018) 등 멜로물에서 명품 연기를 선보여온 그는 “멜로는 죽을 때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그 나이대에만 표현할 수 있는 어른들의 사랑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백발로 연기하는 제 모습을 늘 상상하는데, 그러려면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죠.”
강경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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