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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미세먼지 신음할 때, 기업들은 오염물질 배출 수치 조작

LG·한화 등 측정업체와 짬짜미

환경부가 17일 공개한 오염물질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언더로 다 맞춰주세요’ ‘메일로 보내드린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 등 측정치를 조작한 정황이 보인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전남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 물질의 배출 농도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대다수가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기업들은 배출 수치를 조작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검찰 수사를 받게 되지만 현행법상 배출업체의 처벌 수위가 낮아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영산강청)은 관할 구역인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 13곳을 지난해 3월부터 조사해 측정업체 4곳과 배출업체 6곳이 오염물질 배출 수치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영산강청은 이들 업체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조사 결과 측정업체 4곳은 의뢰를 받은 사업장 235곳의 오염물질 배출 수치를 최소 2015년부터 4년간 축소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했다. 축소·허위 성적서 발행은 1만3096건에 이른다. 다만 현행법상 기록 보존 의무기간의 자료만을 조사한 것이라 실제 조작 기간은 더 길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배출 농도를 속인 오염물질에는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국내 미세먼지 오염원 성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물질이 포함됐다.

오염물질 배출업체는 측정업체에 측정값을 조작해달라고 주문하며 범행을 주도했다.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의 경우 측정업체 정우엔텍연구소와 함께 발암물질인 염화비닐 실측값 207.97ppm을 3.97ppm으로 조작했다. 배출허용 기준은 120ppm이다. 한화케미칼 여수 1, 2, 3공장도 같은 측정업체와 짜고 질소산화물 측정치 224ppm을 기준치(150ppm)보다 낮은 113.19ppm으로 둔갑시켰다. 환경부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6개 배출업체 외에 25개 업체가 수치 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먼지 측정치를 조작한 내용이 들어 있는 이메일. 변경 전 수치는 40.1, 변경 후 수치는 10.1로 적혀 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오염물질 배출 수치 조작에도 업체들이 받는 처벌은 약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환경보존법상 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거짓 기록을 남길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거나 일정 기간 조업정지를 받는다. 다만 측정대행업체와의 공모 관계가 입증될 시 형법상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적발된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적절한 보상을 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염화비닐 배출과 관련해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 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 및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도 이날 입장문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측정 기록이 허위 기재된 사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피의자로 지목된 담당자에 대한 자체 조사는 물론 조사 기관에서 2회에 걸쳐 소환조사를 했지만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향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와 별도로 지난 2~3월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국 측정업체를 전수조사해 76건을 적발했다. 지자체가 많은 곳을 적발하긴 힘들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관련 부서를 우대하고 전문성을 쌓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추가 감사 결과까지 검토해 다음 달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효석 김준엽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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